[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7나노미터(nm, 이하 나노) 공정 매출이 올해 3분기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2분기 매출에 잡히지 않았던 7나노 공정 매출은 애플에 A12를 공급하면서 올해 3분기에만 286억4000만 대만달러(NTD, 약 1조5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 양산에 착수했으나 현재 TSMC는 기존 방식대로 불화아르곤(ArF)을 적용해 7나노 공정을 돌리고 있다. 빠른 양산으로 애플, 화웨이, AMD, 엔비디아 등 7나노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나, 삼성전자에 차세대 기술 선도 자리를 내줬다. TSMC는 내년 EUV를 도입해 7나노 공정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투자 설명회를 열고 “올해 7나노 매출 비중이 10%에 가까울 것이며, EUV를 도입하는 내년에는 7나노 비중이 20%를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4분기 7나노 매출 비중은 20%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쳤다. 올해 2분기 0%였던 7나노 매출 비중은 3분기 11%로 급증했다. 애플 아이폰 향 A12 공급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7나노 공정으로 양산한 품목이 50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말에는 EUV 장비 도입 영향으로 7나노 양산 제품 수가 100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TSMC의 CFO 로라 호는 “7나노 기술이 높은 수요를 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TSMC가 7나노에 사용 중인 불화아르곤은 10나노 이하 공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신 EUV가 떠오르고 있다. 불화아르곤과 EUV 모두 노광 공정에 사용되는 광원이다. 노광 공정은 웨이퍼 위 회로가 새겨진 마스크에 광원을 투과해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보다 파장 길이가 14분의 1 미만이어서 더욱 세밀하게 반도체 회로 패턴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000년대부터 일찍이 EUV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 7나노 EUV 공정 양산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세공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EUV 적용에 집중하면서 단기적인 승부보다는 중장기적인 미래를 그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파운드리 업체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TSMC 56.1%, 글로벌파운드리 9.0%, 대만 UMC 8.9%, 삼성전자 7.4%, SMIC 5.9% 등이다.
한편, 올해 3분기 TSMC의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2603억4800만 NTD(약 9조5500억원), 952억4500만 NTD(약 3조4900억원), 890억7200만 NTD(약 3조2700억원)다.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11.6%, 12.8%, 23.2% 올랐으나 작년과 비교하면 수익성 악화가 눈에 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올랐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9%, 0.9% 하락했다.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률은 각각 36.6%, 34.2%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p, 1.5%p 하락했다. 애플 아이폰 향 7나노 공정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은 증가했으나, 초기 비용 영향으로 수익성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매출총이익률(GP마진)은 전 분기보다 0.4%p 하락했다.
사업 부문별 매출은 커뮤니케이션 1458억 NTD(약 5조3500억원), 컴퓨팅 338억5000만 NTD(약 1조2400억원), 인더스트리얼·스탠다드(Industrial·Standard) 624억8000만 NTD(약 2조2900억원), 컨슈머 182억2000만 NTD(약 6700억원)다. 커뮤니케이션과 인더스트리얼·스탠다드 부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4%, 6% 증가했으며 컴퓨팅과 컨슈머 부문은 전 분기 대비 각각 35%, 1% 하락했다. 커뮤니케이션 비중이 증가한 이유도 아이폰 향 A12 공급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