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BM 왓슨에 맞설 한국형 의료 AI ‘닥터 앤서’, 어떤 모습?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글로벌 IT기업 IBM이 지난 2015년 출시한 의료용 인공지능(AI) ‘왓슨 포 온콜로지’는 가천대 길병원, 부산대병원 등 국내 7개 병원에 도입되며 인기를 끌었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암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면 AI에 기반해 최적의 진료법을 제안해 주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다.
하지만 미국, 유럽 환자의 논문을 주로 학습한 왓슨을 한국 환자에게 적용하기엔 진단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4월 시작된 한국형 AI 기반 정밀의료솔루션 ‘닥터 앤서’는 이에 착안해 개발된 프로젝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관 하에 전국 25개 상급·종합병원과 19개 ICT·소프트웨어(SW)이 참여하는 한국 데이터 중심의료 컨소시엄(K-DaSH)가 오는 2021년까지 ‘닥터 앤서’를 개발한다.
‘닥터 앤서’는 AI를 기반으로 환자 진단정보·의료영상·유전체정보·생활패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연계·분석해 개인 맞춤형 질병 예측·진단·치료를 지원한다.
과기부는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 간 357억원을 투입하고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심뇌혈관질환 등 8개 질환에 대한 21종의 지능형 의료 SW 개발을 지원한다.
또 1만1300여명의 진료(1만100건), 영상(1만6800건), 유전체(4200건), 생활습관(3000건) 등 데이터 세트도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현재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 중인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과도 연계된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18)’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닥터 앤서’의 서비스 일부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전시장에 마련된 ‘AI 정밀의료 솔루션 추진단’ 부스에는 심뇌혈관 질환, 치매, 전립선암 3개 분야에 대한 SW를 볼 수 있었다.
현재 심뇌혈관질환은 서울아산병원, 경북대학교병원과 라인웍스, JLK인스펙션이 참여한다. 치매는 분당서울대병원과 뷰노, 전립선암은 서울성모병원과 라이프시멘틱스 등이 개발 중이다.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뷰노 관계자는 “인지 뇌영상 기반 지능형 치매조기진단 SW를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의사가 뇌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사진을 보고 뇌세포 크기의 변화를 비교하며 판단했다면, 현재 개발 중인 SW를 통해선 9여개의 핵심 영역 수치를 정량화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예후관리 SW를 개발하는 라이프시멘틱스 관계자는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인 라이프레코드를 활용해 전립선암 예측 알고리즘 및 지능형 SW를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는 한국인 전립선암 빅데이터 DB구축과 입력 데이터 세트 검증과 클렌징을 완료하고 내년에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예측모델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따로 전시되진 않았지만 서울삼성병원과 국림암센터, 삼성SDS 등이 참여하는 유방암은 유전체 정보가 가장 중요한 만큼 유전체에 따른 정밀진단 및 치료법을 달리하는 SW를 개발 중이다.
또 가천대 길병원이 주관하는 대장암의 경우 의사경력에 따른 오진율 차이가 큰 만큼, 대장 내시경 소견을 실시간으로 진단해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SW를 연구하고 있다.
내년에는 실제 의료기관에서 국민들이 직접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 가운데, 닥터 앤서의 성패를 좌우할 데이터 정확도와 활용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닥터 앤서 개발의 총괄주관병원인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김영학 교수는 “국내 25개의 대형 병원이 모여 AI SW 개발에 나선 것 자체가 의미가 깊다”며 “특히 역량있는 SW기업들이 이번 사업을 통해 자사 솔루션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의료 SW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의료인들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규제 및 법령 개편, 질 높은 데이터 확보, 의료 데이터 간 긴밀한 연계 등이 중요하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그동안 각 병원에서 쌓아놓은 데이터는 많지만, 서로 연계가 되지 않을 뿐더러 데이터 자체의 정확도가 높지 않다”며 “신뢰도 높은 데이터 확보와 이를 정제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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