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유’의 힘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숙박공유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지난 2016년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힐튼호텔의 기업가치를 뛰어넘었다. 한 호텔컨설팅기업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뉴욕 소재 호텔들이 에어비앤비로 인해 입은 직접적인 손실은 연간 4500만달러(한화로 약 540억원)에 달한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호텔과 함께 에어비앤비를 숙박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의 여행경험을 바꾸고, 관련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23곳은 지난 16일부터 온라인을 통한 학점교류플랫폼 ‘공유대학플랫폼’을 오픈했다. 기존에도 대학 간 학점 교류제도가 운영됐지만,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사례는 세계 최초라는 설명이다.
대학들이 ‘공유대학플랫폼’을 만든 이유는 결국 생존을 위해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이 현실화되면서 2030년까지 4년제 대학 중 절반이 존폐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유대학플랫폼은 개별 대학이 서로 협력해 도출한 하나의 생존 전략인 셈이다.
국내 은행들이 추진하는 오픈뱅킹, 오픈API 전략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정보 공유에 보수적이었던 국내 은행들이 오픈API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다. 핀테크 등 파트너사에 API를 제공해 마음껏 활용하도록 한다.
집을 만드는 것에 비유하자면 은행은 벽돌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 구축 전략을 통해 은행 입장에선 고객 경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신한은행이 올 초 두타면세점과 출시한 환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두타면세점 고객은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면세점 쇼핑과 환전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대기업 사이에도 ‘공유’ 경영은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양 사 주유소를 거점으로 한 C2C(소비자 대 소비자) 택배 집하 서비스 ‘홈픽’을 내놨다. 두 회사는 경쟁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네트워크를 공유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SK 측은 “SK가 갖고 있는 핵심 자산을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을 공모했더니 의의로 경쟁사와 협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고객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수요도 다양해지면서 한정된 자원을 가진 기업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IT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초창기에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SW) 기술을 자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생태계 내에 이를 공유하고 제3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이는 오픈소스 SW의 발전과 맞물린다.
이렇게 개방한 SW기술을 타 기업이나 개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면서 생태계 리딩을 꾀하는 전략이다.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소스 개발자의 성지 ‘깃허브’를 8조원에 인수한 것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여겨지는 핵심 기술을 공유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는 것, 바로 공유의 힘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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