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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베끼고 실험도 하고’ 中 게임이 무서운 이유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중국산 모바일게임을 보면 콘텐츠 설계나 사업모델(BM)에서 다소 실험적인 시도가 엿보인다.

얼마 전 출시된 미소녀 게임 ‘영원한 7일의 도시’를 보면 개발사가 행동력(스태미나)에 제한을 뒀다. 행동력을 게임 내에서 보충할 수도, 따로 구매할 수도 없다. 행동력이 소진되면 레벨업(성장)이 막힌다. 그래서 단기간에 만렙(최고레벨)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게임 내에서 남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경쟁하길 좋아하는 중국과 한국에서 이 같은 설계를 했다는 것에 눈길이 간다. 이용자 간 끝없는 경쟁이 곧 유료 아이템의 구매, 즉 매출 발생으로 이어지는데 개발사는 돈을 적당히 벌겠다는 심산인지 지금과 같은 게임을 내놨다. 그런데도 국내 앱마켓에서 매출 순위가 꽤 높아 더욱 눈길이 간다.

퍼블리셔 설명에 따르면 엔딩(결말)이 존재하는 게임 특성상 콘텐츠 소모를 늦추기 위한 결단인데, 과연 국내 업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애초에 엔딩이 있는 게임 개발도, 행동력 제한이 있는 설계도 시도하지 않았을 법하다. 어쩔 수 없이 제한을 걸어야한다고 가정한다면 행동력을 구하기 위한 계속된 게임 플레이나 관련 아이템 구매를 유도했으리라 본다. 업계 관계자에게도 의견을 구해보니 “행동력을 팔지 않았을까요”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중국산 게임의 대표적 BM 설계는 VIP 시스템이었다. 돈을 많이 쓸수록 게임 내에서 VIP 대우(혜택)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게임 내에 황금만능주의, 배금주의(拜金主義)가 반영된 것이다.

게임 내 VIP 시스템은 처음에 국내 업체들과 이용자들이 거부감을 보였으나 지금은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자동사냥도, 월정액 BM도 중국 게임에 먼저 반영돼 국내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지금은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기도 쉽지 않은 VIP 시스템 정반대 지점에 있을법한 행동력 제한 게임까지 나왔다.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크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워낙 커 마니아 장르의 실험적인 게임을 내놓아도 수요가 분명히 있고 어느 정도 팔리다보니 이 같은 시도가 이어진다고 본다. 한쪽에서 외산 게임을 베낀 짝퉁을 찍어내고 있지만 얕봐선 안 되는 이유다.

향후 몇 년간 이 같은 실험적 시도가 이어지면서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인다면 지금보다 중국 게임이 더욱 무서워 질 것 같다. 기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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