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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VR게임보다 넷플릭스 감상이 더 매력, '오큘러스고' 써보니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페이스북코리아가 31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미술관 ‘페이스북 커뮤니티 커넥트’ 행사에서 독립형(스탠드얼론)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고’ 체험관을 마련했다. 독립형VR 디바이스는 말 그대로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HTC ‘바이브’처럼 PC와 연결이나, 삼성 ‘기어VR’, 구글 ‘데이드림뷰’ 처럼 스마트폰 장착이 필요하지 않다. 체험존에서 제품을 사용해봤다.

오큘러스고 실물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측은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거나, 또 다른 체험 행사를 개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 관람객들 역시 오큘러스 부스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큘러스고는 지난 해 10월 처음 공개됐다. 예상 출시 가격이 199달러(약 21만4000원)에 책정돼 VR 대중화 첨병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실제 고성능 PC나 스마트폰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으므로 실질 비용 부담은 더 적다. 국내 출시 가격은 32기가바이트(GB) 용량이 23만8000원, 64GB가 29만8000원이다.


헤드셋 외관에 통기성 있는 패브릭 소재를 채택했다. 1~2시간 연속으로 착용했지만 소재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안면 인터페이스가 기본적으로 서양인의 골격에 맞게 디자인돼 있다. 광대뼈가 압박되는 느낌이 들고 콧대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다. 손으로 누르지 않으면 바깥 환경이 보인다.

일부 사용자들은 별도의 솜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다. 오큘러스 측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최근 동양인 골격에 맞춘 ‘꼭 맞는 인터페이스’를 2만5000원에 별도 액세서리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도수가 들어간 안경렌즈 액세서리도 있다.

이 제품은 자체 서라운드 스피커를 갖췄다. 집에서 별도 리시버 없이 콘텐츠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다. 다만 시끄러운 장소나, 조용한 공공장소 모두 별도 리시버 사용이 권장된다. 머리끈을 통해 소리가 귀로 전달되는 방식이라 완전 오픈형도, 밀폐형도 아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놨던 체험관에서는 소리를 끝까지 키워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반면 조용한 장소에서는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간다. 3.5파이 이어폰 단자가 탑재돼 있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 블루투스 연결은 지원하지 않는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스냅드래곤 821 2.342기가헤르츠(Ghz) 쿼드코어, 메모리는 3기가바이트(GB)다.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는 2560*1440(WQHD) 해상도, 주사율은 72헤르츠(Hz)다. 화면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1인치당 화소수는 538PPI(Pixel Per Inch)다. 이전 세대 제품들보단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격자감(모기장 현상)이 분명히 느껴진다. 심하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VR 대중화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디지털 멀미’다. 디스플레이 반응과 머리 움직임 간 시차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롤러코스터 콘텐츠인 ‘코스트 컴뱃’ 등을 실행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멀미가 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체험자들 반응도 비슷했다. 다만 디지털 멀미는 개인차가 심하다. 서든어택, 오버워치 등 총싸움(FPS) 게임에도 멀미를 느끼는 사람은 이용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디지털 멀미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많다. 자제 애플리케이션(앱) 스토어에서 앱 1000여종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가장 호평을 얻고 있는 앱은 넷플릭스다. 영화관처럼 보는 것처럼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전용 앱은 없지만 유튜브도 브라우저를 통해 볼 수 있다. 4K까지 해상도를 높여도 무리 없이 영상을 재생한다. 다만 보급형 기기 성능의 한계로 프레임이 끊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댄스 뮤직비디오 등 화면 움직임이 격렬한 영상이 아니라면 감상에 지장은 없다.


향후 가장 기대되는 분야는 소셜이다. ‘오큘러스룸’을 이용하면 자신의 가상공간에 다른 오큘러스 이용자를 초대할 수 있다. 같이 동영상이나 게임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멀리 있는 연인과 가상 극장, 콘서트 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친구들 여럿이 모여 포커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처럼 원격회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가 탑재돼 있어 서로 의사소통을 나누는 데 무리가 없다.

주로 아쉬운 점을 위주로 서술했지만 20만원대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실제론 감지덕지다. 전작인 ‘오큘러스리프트’나 HTC의 ‘바이브’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별도로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필요한 이들과 비슷한 성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실 넷플릭스 전용 머신으로만 활용해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10만원대인 구글의 ‘데이드림뷰’와는 장단점을 따져 볼 만 하다. 데이드림 VR은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끼워 사용한다. 거치대와 스마트폰 무게를 합치면 보통 400그램(g) 수준으로 오큘러스고와 비슷하다. 다만 아직 지원기기가 구글 픽셀2, 삼성 갤럭시S8, LG V30 등으로 제한적이다. VR 활용을 위해 고가의 스마트폰을 교체하긴 조금 애매하다. 당분간은 오큘러스 VR 생태계가 조금 앞서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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