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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정부개입→요금인하→알뜰폰 위협→도매대가 인하→불만 지속 ‘무간지옥’…통신사

윤상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총 6438만922명이다. 이중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 가입자는 766만8048명. 11.9%다.

알뜰폰 서비스는 지난 2011년 6월 시작했다. 알뜰폰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비용을 주고(도매대가) 네트워크를 빌려서 사업을 한다. 네트워크 구축 의무가 없다. 망 투자를 하지 않아도 돼 기존 통신사보다 싸게 요금제를 정할 수 있다. 도매대가는 SK텔레콤과는 정부가 KT LG유플러스와는 개별 회사가 한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정한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를 정부가 통제하면 다른 업체는 그 수준에 맞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알뜰폰이라는 이름은 정부가 붙였다. 지난 2012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전을 거쳐 정했다. 이동전화재판매(MVNO)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 2014년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사업을 허용하는 대신 점유율을 제한키로 했다. 2014년 4분기 말 기준 통신사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는 ▲SK텔레콤 3만6673원 ▲KT 3만5283원 ▲LG유플러스 3만6526원이다. 같은 시기 알뜰폰 점유율 1위 CJ헬로의 ARPU는 1만9645원. 통신사 자회사의 알뜰폰 진입은 지배력 전이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부작용보다 일단 시장을 키우는데 힘을 실었다. 요금제 기준 통신사는 중고가 알뜰폰은 중저가로 시장을 나눈 셈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자회사 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는 성장을 거듭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불만을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면제 연장 등을 통해 달랬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정부가 2년마다 요금을 다시 정할 수 있다. 지난 11일 관련 법 개정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회만 남았다. 과기정통부는 6월까지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보편요금제 타깃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이 내놓으면 KT LG유플러스도 따를 전망이다.

CJ헬로의 ARPU를 감안하면 보편요금제는 알뜰폰 고객과 겹친다. 2018년 1분기 CJ헬로 ARPU는 2만947원이다. 알뜰폰 고객 이탈이 우려된다. 보편요금제 논의 첫 단추 때부터 나온 걱정이다. 2만원 요금제를 통신사가 낸다는 점은 요금제 기준 고객 경쟁이 통신사 저가 알뜰폰 초저가로 변한다는 것을 뜻한다. 알뜰폰은 원가부담이 커지고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아진다.

과기정통부의 대책은 이번에도 도매대가 인하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규개위에서 “도매대가 비율이 40%로 돼 있는 요금제 대가를 30%로 떨어뜨리면 타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통신사가 요금을 내리면 알뜰폰은 힘들어진다. 알뜰폰은 더 싼 요금제로 내려가거나 사업을 접게 된다. 정부의 방식은 알뜰폰 영업비용을 낮춰 매출은 하락해도 영업이익률을 보장하는 형태다.

문제는 요금인하와 알뜰폰 생존 책임이 모두 통신사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과정은 무한반복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정부가 정한 요금제를 출시한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든다. 이 요금제 때문에 알뜰폰이 어려워진다. 정부는 알뜰폰도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면 될 것 아니냐고 처방한다. 업계는 도매대가가 비싸 쉽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도매제공 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도매대가를 내린다. 다른 곳도 따라간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또 매출과 이익이 감소한다. 여기에 이동통신세대 전환에 따른 투자 요구도 돌아온다. 이번엔 5세대(5G) 무선통신이다. 정부는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용화를 하려면 누군가 투자를 해야 한다. 통신사 입장에선 돈은 벌기 힘들어지는데 돈이 들어갈 곳 천지다.

일각에선 자율경쟁을 하지 않아 정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다르지 않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매출 이익 하락 요인이 눈에 보이는데 자율경쟁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주식회사는 고객만 바라볼 수 없다. 주주의 원성도 감안해야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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