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라고 별 수 있을까?’…인력감축 불가피한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지난 2월 GM(제너럴모터스)은 한국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설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에 돌발한 이 뉴스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그 여파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GM 측은 경영난을 내세우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GM에 대한 산업은행의 실사 등 후속 프로세스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에 대한 지원 방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전반적인 국내 여론의 흐름은 GM에 대해 매우 냉소적이다. ‘경영에 실패해놓고 왜 정부에 손벌리느냐’는 정서가 굳건하다. ‘지원을 해줘도 결국은 떠날 것’이라는 먹튀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GM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한국 시장에서 GM은 과연 정상적으로 회생할 수 있을까.
GM이 계속 한국 시장에서 존재하려면 일차적으로 강력한 자체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 경쟁력은 다름아닌 자동차 생산(제조) 경쟁력이다.
GM 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차업계의 생산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다른 외국의 자동차 생산 기지들과 비교해 한국은 ‘고비용-저효율’ 구조라는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그리고 고비용 구조의 여러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다. 그 인건비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의 도입이다. GM 뿐만 아니라 완성차업계 전체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생산 현장의 혁신이 없이는 고비용 구조를 깨기 힘들다.
스마트 팩토리가 진행될수록 인력(고용)의 감소는 불가피하다. 불편하지만 이제는 스마트 팩토리와 인력 감축의 상관관계를 용기있게 공론화해야 할 시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라는 식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애써 포장할 단계는 지났다.
◆스마트 팩토리의 진화, 피할 수 없는 갈등 =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어떨까. 역시 생산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아무리 국내 시장에서 굳건한 시장 영향력을 갖췄다해도 스마트 팩토리을 비롯한 생산공정의 혁신 요구를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의 2017년 1~9월 국내 공장 가동률은 95.2%이다. 이는 아시아(102.5%), 남미(100.5%) 등에 밀린 최하 수준이다.
현대차가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원가 절감’이라는 기본적인 혁신을 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현대차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들처럼 베트남, 체코 등 인건비가 싸고 나름 제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외부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차량 생산은 여전히 국내 위주일 수밖에 없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1~9월 기준 ‘연간표준작업시간 × 설비 UPH(시간당 생산대수) × 가동률’로 계산한 국내의 ‘생산능력’은 132만9100대다. 반면 북미 28만2100대, 아시아 48만4200대, 유럽 53만7100대, 남미 13만6300대다. 해외 생산능력을 모두 합쳐야 국내 생산능력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조용하게 진행되는 현대차의 '스마트 팩토리' = 현대차도 물론 내부적으로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현대차는 자동차 공정을 실시간으로 컨트롤하는 ‘스마트 태그(Smart tag)’를 1년 반 동안 연구해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전 세계 34개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 태그가 도입되면, 기존 생산라인에서 차종 분류 등의 작업은 기계가 알아서 하게 된다. 사람이 아닌 무인화가 더 진행된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는 내부적으로 공정 자동화 기술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신설하는 등 스마트공장에 한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에선 현대차 생산라인의 스마트화 과정이 앞으로 순탄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고용불안 반대'를 앞세운 노조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서로 공론화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 노사 모두 스마트 팩토리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스마트팩토리가 들어서면 (공장)무인화된다는 것인데 우리가 찬성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좀 더 넓혀서 보면, 이미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순차적으로, 발빠르게 실시하고 있는 것과 분명히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속도에서 아직까지는 큰 격차가 나지 않지만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분명히 경쟁력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 자율주행 기술력도 뒤쳐져...세계시장 판매 하락세 = 스마트팩토리 뿐 아니라 현대차는 전기차 등 자율주행차 개발 면에서도 다른 경쟁업체보다 밀려나 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내비건트리서치는 글로벌 자동차업체 19개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현대차그룹 기술력이 15위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위에서 15위로, 다섯계단이나 내려앉았다. GM은 1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Waymo)는 2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계속 늦춰지면 GM, 도요타 등 기존 경쟁업체 뿐 아니라 웨이모 등 신흥기업에도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월 미국 판매는 4.6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1% 감소했다. 올해 2월 미국 시장 점유율은 3.5%로,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감소했다. 2017년 1~9월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은 4.0%(판매량 51만대)였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것이다.
신흥시장인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 중국전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 통계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차는 올해 2월 중국 내에서 3만5595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45% 하락한 수준이다.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작년 2월 4.48%에서 반토막에 가까운 2.52%로 축소됐다. 2017년 1~9월 중국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7.2% 감소했다.
중국 내 어려움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제는 중국 시장을 피해가면 세계 자동차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중국 시장은 2009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한 데 이어, 최근까지도 생산량, 판매량 부문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내 사드 및 혐한 감정 등의 영향으로 롯데 등 한국기업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현대차도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 새로운 곳으로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저렴한 노동력을 갖춘 곳에서 새롭게 생산기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다. 삼성, 효성 등 국내 다른 대기업도 베트남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육성하고 있다.
<신현석 기자>shs1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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