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산성 논란 한국GM…‘스마트 팩토리’ 투자는 제대로 했을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016년, 한국GM의 신임 사장(CEO)으로 김 제임스 COO(최고운영책임자)가 선임되자 IT업계는 한국GM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한국GM 생산 공장의 스마트화(Smart Factory)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김 제임스 사장이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 대표를 지낸 IT 전문가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3년간 한국GM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그가 한국MS 사장 재임시, 밀어내기와 불법 SW(소프트웨어) 단속을 통해 실적을 올렸다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았던 것처럼 한국GM으로 옮겨서도 평가는 좋지 못했다.

한국GM의 2대 주주사인 산업은행에게도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성 때문에 한국GM의 IT인프라 투자 내역을 자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생산성을 혁신하기위한 한국GM의 ‘스마트 팩토리’ 투자 노력도 기대이하일 수 밖에 없었을 것 이라는 게 IT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2~3년간 국내외 생산차업계가 '스마트 팩토리'를 중심으로 조립 공정의 혁신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서 2015년, 김 제임스 사장이 한국GM에 COO로 영입될 때부터 그의 영입 목적은 생산성 혁신을 위한 시설 투자가 아니라 ‘구조조정’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몇 년간, 심심하면 철수설이 나돌 정도로 성과지표가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GM이 내부적으로 생산성 혁신을 위한 대규모 ‘스마트 팩토리’ 투자를 단행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로 GM은 지난 2016년, 인도 시장에서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철수를 결정하면서 기존 수립했던 10억 달러 규모의 공장증설 계획도 자동 폐기했다.

지난해 7월, GM은 인도 시장에서 GM 철수를 총지휘했던 카허 카젬(Kaher Kazem)을 한국GM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가 선임되자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GM의 한국시장 철수 시나리오가 나왔다.

GM은 호주, 인도, 러시아 등 수익성이 떨어진 시장에서 하나 둘씩 발을 빼기시작했고, 이번엔 한국 차례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예상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발표 시기가 다소 늦춰졌을뿐, 결국 해를 넘겨, GM측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GM 군산공장의 철수 계획을 발표하고 정부와 수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GM 디자인센터
GM 디자인센터

◆르노삼성과 비교되는 한국GM, 스마트 팩토리 수준의 차이? = 현재 국내 생산차 업계에서, 한국GM과 운영형태로 직접 비교되는 회사는 르노삼성이다. 둘 다 외국계 회사다 .

르노삼성도 해마다 르노 자동차 본사의 경쟁 입찰에 참여한다. 르노삼성도 세계 각국에 산재하는 르노자동차 생산공장들과 경쟁해서 르노 본사로 부터 생산 물량을 배정받는 구조다. 전세계 르노 생산기지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물량을 우선적으로 많이 배정받으려면 당연히 생산원가가 낮아야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생산비용 구조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르노삼성의 경우, ‘스마트 팩토리’를 통한 혁신을 통해 인건비에 의한 생산원가 상승을 최대한 제어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노삼성은 스마트 팩토리 혁신을 통해 1개의 라인에서 여러 기종의 모델(차량)을 동시에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 작업자는 여러 차종의 부품을 정확하게 찾아서 조립하는 것이 관건이다. 르노삼성은 각각의 부품 박스마다 센서를 설치해, 부품이 정확하게 해당 차종과 일치하도록 함으로써 작업 오류를 막는다.

◆'스마트 팩토리' 투자 소홀하면 또 다시 위기 = 물론 GM이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최신 투자에 인색했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스마트 팩토리의 성공사례를 들 때, GM 본사의 사례를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GM은 최근 1~2년간 스마트 팩토리와 관련해 크게 주목할만한 혁신적인 내용들은 없지만 지난 2011년, 당시 GM은 선도적으로 엔진 조립에 RFID를 활용함으로써 엔진 제조 공정의 혁신을 앞당겼다.

또한 GM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운전자의 운전습관, 특정 자동차의 부분별 내구성 등을 리뷰해서 이를 다시 제조 생산에 반영하고 있고, 또한 도색 등의 공정에서는 환경센서를 통해 습도 등 날씨의 환경을 고려해 작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등 제조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GM이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 설비를 국내 생산 공정에는 어느정도 적용하고 있는지의 여부다.

그리고 앞으로 열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혁신적인 인프라 투자를 할 수 있느냐는 의지의 문제다.

물론 이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간다는 GM의 글로벌 이전 계획이 이미 완고하다면 의미없는 추론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GM이 한국 시장에 남는다고 전제한다면, 한국GM이 기존처럼 뼈를 깍는 자구 노력과 함께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질적인 투자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또 다시 생산성 지표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성능이 이제 자동차업계의 제조 및 생산원가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부분에 있어 한국GM의 향후 행보를 특히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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