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주연테크가 가상화폐 채굴 사업에 진출한다. 자회사를 통해 직접 채굴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채굴용 PC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제품 출시를 발표했음에도 구체적인 생산 일정은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 열풍으로 주요 부품인 그래픽카드(GPU)가 품귀 상태기 때문이다.
주연테크(대표 김희라)는 18일 ‘크립토PC’ 출시를 발표했다. GPU 6개를 병렬연산으로 적용한 제품이다. 3000RPM의 120밀리미터(mm) 쿨링팬 3개를 기본 장착해 시중 제품에 비해 쿨링 효과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가상화폐 채굴에 특화된 PC인 셈이다.
주연테크는 지난달 초 문성현 부사장이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자회사 시스기어를 통해 해외에서 암호화 화폐 채굴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테마주로 묶이면서 지난달 1일 560원이던 주가는 가상화폐 열기가 치솟던 지난달 18일 921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라갔다.
현저한 시황변동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이에 주연테크는 “가상화폐 채굴사업 분야는 구체화된 바 없다. 투자에 유의하기 바란다”고 답변 공시를 내놨다.
주연테크 관계자는 “당시 구체화된 계획이 없던 것은 사실이나, 이후 주연테크 같은 브랜드PC에서 채굴 장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며 “내부 랩을 통한 테스트를 거쳐 최근 출시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다만 크립토PC 제품 생산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채굴업자 수요로 GPU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채굴 효율이 높다고 알려진 GPU 'GTX1060'의 경우 3기가바이트(GB) 제품이 40만원, 6GB 제품이 50만원 수준에 거래 중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아 3월은 돼야 물건이 풀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주연테크 측에 문의한 결과 “아직 생산이 가능한 만큼 그래픽카드가 모이지는 않아 정확한 생산계획, 단가는 결정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예상 가격은 600~7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GTX1060 위주로 세팅할 경우며, 세부적인 옵션 구성에 따라 가격대는 달라질 수 있다. 시중 중소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조립형 채굴 PC는 비슷한 구성 기준 300만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중국이 가상화폐 채굴 규제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함에 따라 중국 외 채굴 채산성은 긍정적인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과도한 전력 사용, 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된다는 이유로 자국 내 채굴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끊는 방안 등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상화폐 채굴은 참여자가 줄어들수록 연산 난도가 낮아지는 구조다. 지금까지 전체 채굴량의 80%가 중국에서 이뤄졌던 만큼 중국 외 채굴 기업의 채산성은 그만큼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채굴 규제와 채굴업 호황은 별개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가상화폐 채굴업 종사자는 “현재 상황은 중국과 별개로 채산성이 악화돼 채굴량 자체가 매일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호재로 전환하려면 중국 채굴금지가 6개월 이상은 유지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