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첨단산업 전망③] 배터리 전성시대…양과 질, ‘두 마리 토끼’ 노리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이제껏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개척자(퍼스트무버)가 아닌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우)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는 각 산업의 수위에 오른 만큼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많다. 첨단산업에서 확보해야 할 새로운 경쟁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중국의 전기차(EV) 배터리 보조금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서 국내 관련 기업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표면적으로는 보조금 지급 시기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다가 금액도 줄어들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낙관론도 있었으나, 최대 시장 가운데 한 곳에서 경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올리지 못한 상태다.
이런 탓에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는 유럽 현지에 공장을 세우고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다만 유럽 완성차 업계가 자체적으로 EV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이들이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EV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EV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전 세계 EV 배터리 시장은 한국, 중국, 일본 업체가 나눠 가졌다. 유럽을 비롯해 북미 업체는 끼어들 기회를 놓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장기적으로 EV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배터리만큼은 계속해서 다른 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소형 배터리는 나름대로 알토란같은 결실을 맺었다. 삼성SDI가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LG화학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중대형 배터리에서 받은 타격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 특히 배터리 용량 확대에 경쟁사보다 소극적이었던 애플이 아이폰 텐(X) 출시를 계기로 태세전환에 들어갔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편으로는 코발트, 니켈과 같은 배터리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또 다른 불안요소다. 고객사, 예컨대 완성차 업체와의 과거 계약을 갱신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때 원자재 가격과의 연동을 명시해 위험부담을 최소화했으나 원가부담이 늘어났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높은 확률로 소비자)가 그만큼 손실을 안아야 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자체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밀도↑, 소형 배터리 용량 확대일로=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산업 자체의 전망은 무척 밝다.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새로운 시장이 있고 기존의 내연기관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소형 배터리 용량의 확대와 드론, 액션캠, 생활가전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응용분야)의 등장은 반가운 요소다.
용량 차원에서는 EV와 같은 친환경차 비중이 크다. ‘NCM811’과 같이 배터리 에너지밀도를 높여 1회 충전거리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NCM811은 양극재인 니켈(Ni)과 카드뮴(Cd), 망간(Mn) 등의 비율을 뜻하며 각각 8:1:1의 비율로 적용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형 배터리의 경우 에너지밀도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다각형(多角形)으로의 진화가 활발할 전망이다. 가령 애플은 아이폰X에 두 개의 배터리를 하나로 붙인 ‘1+1’ 구조를 적용했으나, 이후부터는 하나의 셀로 ‘ㄴ’형 배터리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더불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활용한 SLP(Substrate Like PCB)의 도입은, 기판 크기의 소형화와 함께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단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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