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첨단산업 전망②] 디스플레이, 폼팩터 한계를 넘어서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이제껏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개척자(퍼스트무버)가 아닌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우)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는 각 산업의 수위에 오른 만큼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 많다. 첨단산업에서 확보해야 할 새로운 경쟁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반도체가 슈퍼호황으로 들썩일 때 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만 체감온도는 제품마다, 업체마다 크게 달랐다. 액정표시장치(LCD)가 중국의 물량공세에 시달리면서 안정적인 시황 유지가 어려웠던 것과 달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중소형과 대형을 가리지 않고 상당한 재미를 봤다. ‘LCD→OLED’로의 트렌드 전환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LCD가 당분간 주력 디스플레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물론 스마트폰은 제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18년 스마트폰 OLED 시장규모가 296억864만달러(약 32조2400억원)으로 LCD의 220억3292만달러(약 23조9900억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OLED의 득세는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업체가 채택률을 빠르게 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77.3%로 절대적이다.
대형 디스플레이는 어떨까. 이 시장에서 OLED는 아직까지 LG디스플레이만 패널을 만들어내고 있다. 관건은 수익성. 지난해 170만대 출하량에서 올해 250만대로 전체 TV 시장(연간 2억3000만대 내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소니, 파나소닉, 뱅앤올룹슨 등이 앞 다퉈 채용하고 있을 정도로 프리미엄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꾀하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해상도도 UHD에서 한층 더 올라선 8K(7680×4320)를 지원하는 제품이 나온다. 폼팩터는 이미 종잇장처럼 얇고 벽에 붙일 수 있는 제품까지 나온 상태. 다음 단계로는 투명도를 높이면서 돌돌말아 쓰거나 크게 휘어진 OLED TV로의 진화가 예상된다. 이르면 2019년 관련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본격적인 확신 시기는 2021년부터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LCD 진영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TV와 마찬가지로 베젤(화면 테두리)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디자인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폼팩터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만 하더라도 아이폰 텐(X)에 ‘노치(Notch, U·V 형태로 모양을 파내는 것) 디자인’을 적용, 전작과 비슷한 크기임에도 활용할 수 있는 화면크기를 더 늘렸다.
◆올해 등장할 폴더블, 차별화 기폭제=LCD로 디스플레이 굴기에 성공한 중국은 OLED까지 넘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그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양산규모와 시장 전략과 같은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흉내 낼 수 없는 차별화된 기술을 얼마나 잘 확보해서 구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앞서 언급한 폼팩터가 그 열쇠다.
LCD가 절대량을 차지하는 TV와 달리 스마트폰은 OLED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폴더블폰’이다. 폴더블폰의 핵심은 역시 폴더블 OLED 그 자체에 있다. 특히 기판에서부터 소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에 걸쳐 도전과제가 적지 않다. 트랜지스터 배치, 전극 형성 등 구현 그 자체도 난제지만 디스플레이가 접혔을 때 일어나는 저항 변화, 전자 이동도 축소 등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곡률반경(R, 반지름 원의 휜 정도)도 문제다. 롤러블은 5mm(5R), 폴더블의 경우 1mm(1R)의 곡률반경을 달성해야 한다.
신뢰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적어도 200만회 이상 접었다 펴는 것을 반복해도 이상이 없어야 점·접착제인 광학용투명접착필름(OCA), 투명 폴리이미드(CPI)와 같은 재료 측면에서의 안정서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터치스크린패널(TSP)을 깨지기 쉬운 인듐주석산화물(ITO)에서 은나노와이어(AgNW)나 메탈메시를 바꿔야 한다. 이 시장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전통적인 ‘온셀(On-Cell)’에서 ‘A-P1S’와 ‘Y-옥타(욤디스플레이)’로 개선한 상태다.
폼팩터 전환은 스마트 기기 업체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의 화면크기를 고려했을 때 3대를 나란히 놓으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가 되고 구색이 맞는다”며 “더 좋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애플리케이션(응용분야)에 대한 고민이 커서 전혀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항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지난해 270만대에서 올해 1890만대, 오는 2022년 1억6300만대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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