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대생이 복사기 앞에서 줄 안서는 이유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이화여대 ECC 건물 안 복사집에 학생들의 긴 대기열이 사라졌다. 지난 3월 한국후지제록스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센터가 들어온 이후 생긴 일이다.
입구 바닥에 표시된 분홍색 가이드라인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아침마다 이 라인을 따라 출력물을 인쇄하려는 인원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업체 측은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이 라인을 그대로 남겨뒀다. 센터 도입이 만든 결과를 상징하기 위해서다.
대기열이 사라진 배경에는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기존 대학교에 마련된 복사집은 프린트용 컴퓨터를 몇 대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1교시 시작 전 등 특정 시간에 인쇄 수요가 몰리므로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했다.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프린터에 종속된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프린팅 시스템이 클라우드를 통해 연결돼 있어 학교 망에 접속된 모든 PC 및 개인 노트북에서 인쇄가 가능하다. 중앙 센터 외에도 학교 각 장소마다 설치된 약 30개의 무인복합기에서 자유롭게 프린트할 수 있도록 했다.
인쇄 수요 분산도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사용자가 각 지점의 프린터 대기열을 확인해 가장 대기가 적은 곳에서 출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 출력 뿐 아니라 인쇄물의 기획,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상주하는 직원이 상담해준다. 이전에 없던 수요가 발생해도 탄력적으로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11월에는 연세대에도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후지제록스는 이 같은 사업 방식을 C&BPO(Communication & Business Process Outsourcing)라고 정의하고 있다. 통합출력관리서비스(Managed Print Service, MPS)와 유사하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MPS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프린터 복합기 사용환경을 최적화하기 위한 서비스다. 고객의 문서 출력 환경을 분석해서 정량적으로 데이터를 산출한다.
C-BPO는 회사에서 나오는 각종 문서들에 대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접근한다. 디자인부터 시작해 문서 형식을 디지털로 할지, 아날로그로 할지 컨설팅하는 업무까지 포함된다.
한국후지제록스 프로젝트 2팀 김강일 팀장은 “어떤 회사에는 기계는 1대만 들어가고 인력이 10명 들어가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반면 어떤 회사에는 MPS에서 생각하기 힘든 큰 전문 기계를 들일 수도 있다. 즉 고객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후지제록스가 갖고 있는 기술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업체 입장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MPS의 경우 일부 회사는 계약 기간 만료시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 요청서)를 발행해 입찰 형식을 따르는 반면 C&BPO는 대체가 어렵다.
김 팀장은 “쉽게 말해 MPS는 시장에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4,5년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벤더사를 바꾸는 데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는 반면 C-BPO는 오랫동안 근무해 집안일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가사 도우미를 교체하는 것과 비슷한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노련한 인원이 빠져나가면 곳곳에서 펑크가 날 수 있어 업체를 교체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프로세스에 조밀하게 침투해 계약 갱신에 있어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 C-BPO라는 설명이다. C-BPO가 잘 도입됐을 경우 이후 MPS를 통해 하드웨어 적으로도 제품 공급을 늘린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최근 이 같은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부 구조도 개편했다. 김 팀장은 “금융, 공공, 교육 등 클라이언트 분야에 맞춰 전문화된 전담 팀을 구성했다”며 “각 산업의 이해도와 전문성을 높여 맞춤형 컨설팅 분야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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