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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활성화·요금인하 동시에?…스텝 꼬인 알뜰폰 정책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번에 나온 요금인하 방안들은 알뜰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적극적인 지원정책만 더해졌다면 논란이 될 일도 없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및 경쟁활성화 정책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요금도 내리고, 보조금도 많이 주고, 경쟁도 활성화 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15일부터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확대조정된다. 이동통신 3사의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정책을 관철시켰다. 앞으로 저소득층 및 노인층 요금감면과 보편요금제 도입까지 시행되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달성된다.

문제는 이들 공약이 전부 시행돼 이통3사의 요금수준이 낮아지게 되면 5년 이상 공들여온 알뜰폰이 고사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알뜰폰은 이통3사에 비해 월등히 낮은 요금제로 소비자 선택권 강화, 나름의 경쟁활성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요금인하 정책으로 알뜰폰은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이통사 요금수준을 한 단계 이상 낮추는 보편요금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우위에 있던 알뜰폰 요금경쟁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도매대가, 특히 데이터 도매대가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한편, 알뜰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요금수익 배분율도 10%포인트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택약정할일, 보편요금제에 가려져 있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같은 정부의 알뜰폰 정책에 이통사들은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알뜰폰은 이통사들의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도매로 구매해 판매한다. 도매대가를 낮춰 가입자가 늘어난다는 얘기는 이통사들의 수익성 및 가입자 이탈이 심화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음성통화 서비스 중심으로 알뜰폰이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LTE 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뜰폰이 진출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이통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추진에 대해 "우리는 뭐 먹고 살라는 얘기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강하게 해 저소득층이나 노인층 등 소외계층에 대한 혜택을 확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알뜰폰이 할 수 있었던 것을 이통사들이 하도록 하고 또 다시 알뜰폰을 활성화 시키겠다는데 이통사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 입장도 다르지 않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이라는 대안이 있는데 왜 답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이 강점이고 이통사는 결합상품, 마일리지 등 다른 혜택을 보고 가는 것인데 차이를 없애버리면 알뜰폰만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선택약정할인율 확대는 결정이 났다. 이달 1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국회가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편요금제 도입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CJ헬로비전은 2만원대 요금제에 10기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USIM 10GB’를 선보였다. 이통사에 비해 약 50% 저렴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 요금제를 바라보는 경쟁 알뜰폰 업체들의 감정은 미묘하다. 일각에서는 CJ헬로비전 요금제를 놓고 일명 ‘자해공갈 요금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현재의 도매대가, 수익배분율을 생각하면 절대 탄생할 수 없는 요금제기 때문이다. 이런 요금제가 가능하게 도매대가를 파격적으로 낮춰달라는, 일종의 대 정부 압박용 요금제이거나,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 CJ이기 때문에 가능한 요금제라는 것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건실한 알뜰폰 사업자들이 꾸준히 성장한다면 정부가 계획하는 저소득층이나 청소년들의 요금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 없이 무조건 요금부담만 낮추려 하다보니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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