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양자기술로 보안 새 역사…전세계서 가장 작은 칩 선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SK텔레콤이 양자기술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2011년부터 양자기술연구소(Quantum Tech. Lab)를 설립해 양자암호 원천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SK텔레콤은 해킹 위협을 줄이고 도청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양자기술로 보안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양자컴퓨팅 시장까지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1일 분당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톱보다 작은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존하는 양자난수생성칩 중 가장 작은 형태로, 크기는 5x5mm에 불과하다. 그동안 양자난수생성기는 크고 비싸 일반 제품에 탑재할 수 없었는데, 그 한계를 극복한 것이다.
이날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오면서 상당히 많은 데이터가 생성되는데, 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양자컴퓨팅을 포함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높은 수준의 보안을 구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양자기술 연구를 시작했으며, 정부 차원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시장은 2025년 약 1조4000억원, 글로벌시장 규모는 약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SKT가 주목하는 양자암호, 슈퍼컴퓨터로도 해킹 어려워=양자암호기술은 공격자의 탈취 정보를 무의미하게 하고 도청 공격자를 즉각 감지하기 때문에 공격자로부터 안전하게 비밀키를 공유할 수 있다.
기존 광통신의 경우, 무수히 많은 광자가 신호에 들어있어 이 중 일부를 갈라서 증폭하면 전송하는 모든 정보를 도청자가 읽거나 복제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통신을 방해하지 않을 만큼만 빛을 갈라내기 때문에 도청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반면, 양자암호키는 단일광자를 전송하기 때문에 이를 가져가면 정상적인 정보 전송이 되지 않는다. 도청자가 중간에 이를 탈취한 후 다시 전송하려 해도 오류로 나타나기 때문에 도청사실이 바로 감지된다. 실제 이날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도청자가 공격을 시도하자 바로 경보가 발령됐다.
곽승환 SK텔레콤 퀀텀테크랩장은 “중국은 양자암호통신을 확장하겠다고 계획을 세웠고 화웨이와 ZTE가 이를 준비하고 있으며, 북한도 관련 기술개발에 나섰다고 구체적 제품 사양까지 제시한 바 있다”며 “미국 국가안보국(NSA)는 현재 쓰는 암호화 체계가 위험하다고 우려한 바 있는데, 이에 양자암호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통신 등에서 가장 폭넓게 쓰이는 암호기술은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RSA알고리즘이다. 이마저도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해킹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마트기기, 사물인터넷(IoT) 제품, 스마트카, 스마트그리드 전력망 등에서 보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새로운 보안체계로 양자암호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전송구간에서 현존하는 어떤 해킹 기술로도 뚫을 수 없는 통신 보안 체계로 알려져 있다. 이에 SK텔레콤 또한 양자난수생성기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과 관련한 기술개발에 힘쓰면서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양자난수생성기 초소형 칩, IoT 보안 바꾼다=이번에 SK텔레콤이 선보인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은 손톱만한 크기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작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유사 난수를 활용한다. 양자난수생성기로 만들어지는 난수는 패턴이 없는 불규칙한 숫자이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다. 금융 서비스를 위해 사용 중인 OTP, 공인인증서 등이 기존 암호체계를 활용 중인 대표 사례로 양자 난수가 적용되면 보안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IoT 제품도 마찬가지다. 산업용 드론과 같은 중요한 IoT 제품은 통신 인증을 위해 자신의 고유값을 기지국에 알려줘야 한다. 고유값은 암호화돼 전송되는데, 해커가 이를 탈취한다면 위험성은 커진다. 양자 난수를 활용할 경우, 해커가 난수를 빼돌려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SK텔레콤은 양자난수생성기가 자율주행차·스마트폰 등 다양한 IoT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가격도 수달러 수준으로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칩은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상용화된 제품에 연결할 수 있도록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 개발에도 착수했다. 또, SK텔레콤은 복수의 보안 업체와 손잡고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SKT 양자기술, 어디까지 왔나?=SK텔레콤은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뿐 아니라 해외 광통신 시장에 양자암호통신 시스템 도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SK텔레콤은 양자암호 장거리 통신을 위한 전용 중계장치를 개발했고,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는 노키아와 양자암호기술 기반의 ‘퀀텀 전송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차세대 광전송 장비에 양자암호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3년 미래부와 퀀텀정보통신연구조합 설립을 주도, 12곳의 중소기업과 원천기술을 개발해 왔다. 우리로와 단일광자검출 핵심소자를 2013년부터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우리넷·코위버·쏠리드·에치에프알 등과는 국산암호 알고리즘이 탑재된 양자암호통신 전송 장비를 만들고 있다.
SK텔레콤 컨소시엄은 분당사옥과 용인집중국 간 68km 구간(왕복) 등 총 5개 구간에 양자암호통신 국가시험망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곽 랩장은 “SK텔레콤이 통신사라는 장점을 활용해 실제 망에서 테스트를 하고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세종시 가입자들은 양자 암호통신을 활용한 네트워크를 1년 이상 장애 없이 실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3분기에는 양자얽힘과 관련한 이원트랙 기술을 내놓을 예정인데, 단일 원자를 따로 포획해 개별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라며 “중국처럼 양자위성통신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향후에는 작고 싼 장비로 댁내까지 서비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을 보탰다.
SK텔레콤은 민감한 정보를 다량 보유하고 보안수준을 강화해야 하는 공공·국방망, 금융 및 의료 등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다.
박 원장은 “양자암호가 해킹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든 네트워크 구간과 단말에 양자기술을 적용하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보안수준을 가질 수 있다”며 “1차적으로 금융, 국방, 정부 등에서 이러한 양자기술을 활용한 보안을 고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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