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본격적인 정책 행보를 시작하면서 대기업 IT계열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 IT계열사들은 대부분 모그룹 매출 비중이 50%~90%이상 몰려있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데다 그룹 내 IT사업을 독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통행세' 의혹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그 자체로 위법은 아니지만 불법의 요소가 개입되거나 불공정 요소가 있다면 '부당 내부거래'로 간주되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일단 현행 공정거래법에선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으면 일감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외형상 국내 대기업 계열 IT회사들 상당수 여기에 포함된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은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사유와 함께 정상적인 내부거래임을 입증해야 한다. 공정위는 앞으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련하여 현재 상장사의 총수 일가 지분율 규제 기준을 현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S&C 물적분할 추진...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탈피" 분석 = 이런 가운데 최근 한화그룹은 계열 IT서비스회사인 한화S&C를 물적분할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한화S&C IT서비스사업부문 지분 49%를 외부에 매각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 최근 주간사 선정 작업에도 돌입했다. 한화S&C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한화그룹측의 적극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50%), 2남 김동원(25%), 3남 김동선(25%) 3형제가 지분 100%를 구성하고 있는 비상장회사이다. 그동안 한화S&C는 단순한 그룹내 IT계열사가 아니라 한화그룹 내 화학및 에너지 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소지주회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 한화S&C는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이다. 또한 한화종합화학은 그 밑에 한화토탈과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분을 각각 50% 이상 소유한 대주주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한화그룹 3세 경영 시대의 논리 구조가 한화S&C에 녹아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화S&C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3641억원(해외매출액 포함)이며, 이 중 내부거래 비중은 2530억원 규모로 약 70% 수준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S&C의 그룹내 주요 계열사별 매출은 한화생명 379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화테크윈 287억원, 한화손보 208억원, (주)한화 199억원 등이다.
IT업계 일각에선 이번 한화S&C의 물적분할 방침이 단순히 공정거래법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위한 차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에 시동이 걸린 만큼, 이미 그룹 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S&C와 그룹내 주요 계열사들과의 합병 등을 염두에 둔 중장기적인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대기업 계열 IT회사들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책 마련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 문화의 특성상 그룹 내 IT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몇몇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정부의 입장에선 규정대로 부당 내부거래를 강도높게 감시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에 따라 그룹내 계열사의 IT아웃소싱 입찰과정, 전산장비 구매과정에서의 통행세 의심거래, 수의계약시 입찰조건, 계열 IT회사와의 거래 불가피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명이 상시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보통신이 내부거래비율, 90% 넘어 = 내부거래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공정거래법의 감시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의 IT계약 관행을 봤을때, 내부거래 비중을 당장 큰 폭으로 줄이기는 불가능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IT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정보통신(91.5%)으로 분석된다. 롯데정보통신의 작년 매출액 6229억원중 모그룹 계열사 간 상품 및 용역거래로 발생한 매출 비중은 무려 91.5%에 달한다. 이 중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매출은 57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앞선 2015년(86.18%)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해외 롯데 계열사의 내부거래 매출액(별도기준)까지 합하면 총 5801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93.1%로 늘어난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정보통신과 내부거래 매출액이 높은 계열사는 롯데쇼핑(1294억원), 호텔롯데(659억원), 롯데카드(600억원), 롯데건설(506억원), 마이비(247억원), 우리홈쇼핑(22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그룹 계열의 포스코ICT는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액 규모는 8382억원중 국내 계열사 5879억원이며, 해외계열사와 매출까지 합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72.9% 수준이다. 지난해 포스코ICT의 내부거래 매출액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포스코(4465억원)이다. 전체 회사 매출의 50% 이상을 포스코 한 곳에서만 발생시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IT계열사인 신세계I&C의 2016년 별도기준 매출액 2963억원 중,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76%(2254억원)을 차지한다. 신세계I&C와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국내 계열사는 이마트(695억원)로 전체 매출액 대비 23%에 이른다. 이어 신세계(423억원), 신세계건설(272억원), 스타벅스커피코리아(140억원) 등이다.
삼성SDS는 작년 매출액 4조69억원중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로 창출된 매출액은 3조283억원으로, 내부거래액 규모는 75.6%에 이른다. 여기에 해외매출액 4914억원까지 합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87.8%까지 늘어난다.
LG CNS도 작년 매출액 2조2398억원 중 국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매출액은 1조1391억원으로, 총매출액 대비 50.9%를 차지하며, 여기에 해외계열사 매출액까지 합하면 내부거래 비중은 57%수준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