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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위크] 현대가 제시한 21세기 중공업…기계와 인간의 소통에 방점

이수환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지난 2015년 제너럴일렉트릭(GE)은 소프트웨어 기업임을 자처했다. 조강지처인 가전을 팔았고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금융까지 도려냈다. IBM,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기업이 경쟁자라고 선언했으며 제프리 이멀트 회장은 GE를 ‘디지털 산업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산업이 각자의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말 그대로 무한경쟁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여기에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된다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중공업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단순히 조선, 엔진, 플랜트 등 중공업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세계 1위의 조선사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시장의 흐름에 능동적이면서 선제적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부적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임원을 두고 있을 정도다.

GE가 ‘제조’라는 산업의 본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현대중공업이 내부적으로 본원적 경쟁력 위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를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연례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미국 오스틴컨벤션센터에서 류승협 엔진기계사업본부 지능제어연구실 수석연구원·윤현숙 선임연구원에게 들어봤다.

- 고성능 엔진 개발 및 예방정비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들었다.
▲ 핵심 키워드는 버추얼 디벨롭먼트(Virtual Development)다. 엔진을 개발할 때 필수적인 실험의 경우 한 시간에 500만원 가량의 유류비가 발생한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충분한 데이터를 뽑아내기가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NI 랩뷰, 콤팩트리오, PXI 기반 HILS( Hardware-in-the-Loop simulation)를 통해 엔진을 실제로 돌리지 않아도 가상으로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 데이터를 많이 확보했다고 하던데.
▲ 실제 엔진이라면 일부러 고장을 일으키기 어려운 것도 구현할 수 있었다. (실제 고장의 80~90%) 계속해서 반복할 수 있으니 지속적으로 점검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오랜 실험이 필요했고 지금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개발하는 환경이다. (3년 이상 걸리던 진단장비의 개발을 1년으로 단축) 최신 엔진은 전자제어가 필수적인데 여기서 고장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물론 마지막에는 실제 엔진에 올려서 검증도 한다.

- 중형 엔진에서는 처음 있는 사례라고 들었다.
▲ 그렇다. 선박은 대형과 중형 엔진이 있다. 대형 엔진은 동력, 중형 엔진의 경우 선박의 나머지 부분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현대중공업은 힘센(HiMSEN)이라는 자체 엔진 브랜드가 있으며 22%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처럼 선박도 무인화가 트렌드다. 엔진도 전자화되다보니 선원은 줄고 기계 시스템은 복잡해졌다. 그래서 선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해졌고 별도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개발에 어려웠던 점이라면?
▲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지 보다 전문가와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전문가끼리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 얼마나 잘 전문가의 노하우를 담아낼 수 있느냐가 상품의 가치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핵심은 누가 보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느냐에 있다. 그래서 상품이라기보다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인큐베이터에 더 가깝다고 본다.

- NI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 다양한 분석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서다. 가장 적용분야가 잘 맞았다.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랩뷰와 같은 그래픽 기반의 개발환경이어서 편리하다. HILs는 워낙 효율이 좋아서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 됐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도입될수록 NI 플랫폼과의 연결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 GE와 같은 방향으로 보인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데이터 자체가 새로운 기회, 혹은 위협이 될 수 있다. 데이터의 가치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빅데이터 가운데서도 모든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솔루션, 그리고 결국은 모든 요소(연구원, 장비, 고객에 이르는)를 아우를 수 있는 커넥티비티다. 플랫폼 도입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내 자산으로 만드느냐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스틴(미국)=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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