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名人] ‘넥슨이 달라졌어요’ 업계 맏형의 고민 들어보니
<디지털데일리>가 게임명인(名人)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게임업계 최고경영진은 물론 특정 분야에서 널리 이름을 알렸거나 독보적 성과를 일군 인물 그리고 산업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가진 여러 인사의 심도 깊은 얘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첫 번째 게임명인은 넥슨의 정상원 신규개발총괄 부사장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4일, 정상원 넥슨코리아 신규개발총괄 부사장(48)이 있는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띵소프트 집무실을 찾았다. 그는 넥슨코리아 자회사인 띵소프트 대표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에게 인터뷰 취지를 설명하면서 경쟁사 대비 ‘최근 넥슨이 조금 조용한 거 같다’며 인사를 건네자 그는 방어적 자세를 취하기보다 오히려 한 술 더 떠 “조금이 아니라 많이 조용하다”라고 답했다. 그의 솔직담백한 성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인가’라고 묻자 정 부사장은 얼핏 수긍을 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는 “사실 후퇴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경쟁사가 너무 잘나가다보니 상대적으로 넥슨이 밀린 것처럼 보일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을 역설했다.
◆‘넥슨 큰형님’의 고민은 무엇=정상원 부사장은 업계 맏형격인 넥슨 내에서도 게임 개발자들의 ‘큰형님’으로 통한다. 현업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몇 남지 않은 1세대 개발자이기도 하고 2000년대 넥슨 대표를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넥슨을 떠났다가 지난 2014년 개발총괄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넥슨이 달라진 것은 그가 돌아온 이후다. 지금까지 행보를 되짚어보면 초심을 되새겼다고 보는 것이 맞을 법하다. 게임의 본질, 다양성 등을 심도 있게 고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변화가 많이 있었다”며 “게임을 시작할 때 돈을 벌 거 같다, 돈을 많이 버는 게임이 있는데 해보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관계없이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뭐냐’, ‘그 제품이 의미가 있는 것이냐’, ‘회사 위신이든 트레이닝 용도로든 만들어야 될 이유가 있나’ 등을 따지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여느 게임업체가 그렇듯 매출 확보의 특명을 받은 ‘전략 타이틀’은 존재한다. 파이널판타지, 레고, 타이탄폴 등 주로 유명 지식재산(IP)을 확보해서 만드는 게임들이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도 예전에 비해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게 정 부사장의 설명이다.
◆기획형 게임보다 다양성 앞세워=정 부사장은 전략 타이틀을 ‘걸그룹’에 비유했다. 철저한 기획과 트레이닝 아래 탄생하는 아이돌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같은 게임들이 시장에서 돋보이고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가 유리하다. 최근 크게 성공한 경쟁사 게임들을 보면 전략 타이틀이 많다.
넥슨은 왜 이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정 부사장은 “넥슨이 회사 생리 상 한명의 리더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그걸 잘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왜 해야 하느냐 내부에서 질문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도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회사 생리 상 잘 맞지가 않고 또 그것을 커버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고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출시한 ‘애프터 디 엔드’는 넥슨의 개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게임이다. 부분유료화가 아닌 유료 패키지 수익모델을 택했다. 매출 확보보다는 게임에 걸맞은 수익모델을 택한 것이다. ‘이블팩토리’도 마찬가지다. ‘모에(M.O.E.)’ 등을 봐도 돈 되는 주요 장르가 아닌 특색 있는 게임에 도전했다.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넥슨의 변화들이다.
업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야생의 땅: 듀랑고’도 전략 타이틀은 아니다. 매출에 대한 기대보다는 게임 그 자체, 개발력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프로젝트다. 그렇다고 넥슨이 자체 개발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퍼블리싱도 활발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진·삼국무쌍: 언리쉬드’가 최근의 퍼블리싱 사례다.
정 부사장은 “자체 개발과 퍼블리싱 조절이 필요하다”며 “잘 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서 하고 진·삼국무쌍‘ 등 퍼블리싱도 잘 하면서 밸런스(균형)를 유지한다. 외부에 좋은 팀이 있으면 투자하고 같이 간다”고 업계 맏형으로서 고민도 꺼내 놨다.
◆“콘솔스타일 게임도 여러 개 테스트 중”=정 부사장은 스팀 플랫폼에 정식 출시 전 얼리액세스 단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에 대해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게임 전체로 볼 때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스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콘솔스타일 게임을 여러 개 테스트 중”이라며 넥슨도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임을 전했다. 일단 준비 중인 유료 패키지 게임은 ‘로브레이커즈’가 있다. 그는 “내부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약 없이 만들면서 그 과정에서 부분유료화인지 패키지인지, 모바일, 스팀으로 갈 것인지, PS(플레이스테이션), PC로 갈 것인지 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개발을 흔들게 되면 쏠림 현상이 강해진다. 돈 되는 쪽으로 트라이(추진)가 되는데 회사에선 최소한 그러지 말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만들자고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원 부사장 인터뷰는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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