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증적 5G 접근…인텔, ‘선순환 독트린’
5세대(5G) 이동통신에 다양한 기업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5G는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대역보다 높은 초고주파 대역의 주파수를 활용, 데이터 전송 속도를 1000배나 높여주며 응답속도의 개선으로 마치 내장형 메모리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 등을 서비스하는데 있어 무척 중요한 요소다.
인텔이 5G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려운 기술과 이론은 물론 이해당사자 사이에 얽힌 주장과 근거,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표준으로 인해 서비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단순히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업이 사업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이 사업에 뛰어든 것도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인텔은 그 누구보다 데이터를 잘 다루고 처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개인용 컴퓨터(PC)부터 슈퍼컴퓨터, 누구나 들고 다니는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의 본질은 데이터를 받아들여 처리하고 이를 출력하는 일이다. 인텔이 이 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던 이유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을 차근차근 실천한 덕분이다.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로 인해 법칙 자체가 깨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반도체는 경제적인 관점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칩 원가의 기준은 웨이퍼 제조 원가를 트랜지스터의 수로 환산한 CPT(Cost Per Transistor)이다. CPT가 낮아지면 기존과 같은 규모의 칩을 보다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웨이퍼의 비용 상승 이상으로 트랜지스터의 밀도를 높여 CPT를 내려야 한다. 14나노 공정 이후의 CPT는 이전 세대보다 더 수치가 낮다. 트랜지스터 당 제조비용의 상승이 칩의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무어의 법칙이 적용되기 어렵다. 손익분기점의 기준은 CPT가 86%까지 올라갔을 경우인데 앞으로 7나노 공정까지는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인텔의 주장이다.
◆현실세계 넘나드는 생각의 속도를 구현=5G에 반도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거대한 컴퓨터와 다름없어서다. 데이터 전송속도, 응답속도가 빨라지면 이제껏 생각지 못했던 실시간 서비스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당연하지만 4세대(4G)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5G 대중화를 위해서는 탄탄한 기반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강력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기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통신장비 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에도 PC와 마찬가지로 중앙처리장치(CPU)가 필수다. 이전에는 파워PC나 밉스(MIPS) 기반 아키텍처가 주류를 이뤘으나 지금은 x86이 아니면 어렵게 됐다. 한때 슈퍼컴퓨터는 PC에 쓰던 x86 CPU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상위 100위 안에 속하는 슈퍼컴퓨터의 대부분이 x86 CPU를 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인텔의 ‘제온’이 90%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이다.
왜일까. 일단 규모의 경제에서 인텔이 승리했다. 제온은 일반 CPU보다는 비싸지만 슈퍼컴퓨터나 통신장비 CPU보다는 저렴하다. 무어의 법칙은 경제적 이득과 함께 미세공정을 가속화시킨다. 아무리 단일 칩이 성능이 우수해도 전기를 많이 먹고 값이 비싼데다가 유지보수가 어려우면 점진적 도태가 불가피하다.
인텔의 또 다른 강점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 있다. 알테라를 인수합병(M&A)하면서 유연성이 크게 좋아졌다. FPGA는 용도에 따라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일종의 기능성 반도체를 말한다. 자주 로직을 바꿔야하는 통신장비에는 빼놓지 않고 쓰이는 반도체다. 알테라를 인수하면서 인텔은 강력한 CPU와 FPGA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FPGA의 매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시장을 이끄는 것은 낮은 초기 개발 비용과 빠른 시장 변화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가전 부문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수가 늘어났다. 사물인터넷(IoT) 시장의 확대와 함께 무선통신과 광전송망(OTN)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그리고 데이터센서는 5G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요소이면서 인텔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수직계열화를 넘어선 성장의 선순환=놀랍게도 인텔은 기반산업을 넘어서서 칩 단위의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바로 5G 모뎀이다. 인피니언에서 모뎀 사업부를 넘겨받은 이후 7년 동안의 쓰디쓴 인내의 시간을 거쳐 최근에는 1G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모뎀칩 ‘XMM 7560’도 공개했다.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1년 안쪽으로 좁힌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스마트 기기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무기는 모뎀칩이다. 더욱이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플랫폼부터 모뎀칩에 이르는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XMM 7560은 그 자체로 모뎀칩 하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인텔의 강점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는 상상이상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인텔은 이동통신사와 장비제조사 솔루션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를 통해 4G를 5G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미 삼성전자, SK텔레콤, NTT도코모, 버라이즌, NEC에 네트워크 장비 관련 라이브러리 ‘데이터플레인개발도구(DPDK)’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오픈소스SW와 인텔 자체 SW, 하드웨어 기술을 묶어 만든 오픈네트워크플랫폼(ONP) 시스템도 갖췄다. ONP 시스템은 개발자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 SDN)와 NFV 솔루션 개발을 위한 테스트 장비다. ONP 시스템은 SDN과 NFV 아키텍처 도입과 배치를 원하는 통신사에게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항상 연결되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5G는 클라우드로의 접속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칩과 개발 생태계, SW 지원, 그리고 포괄적인 5G 지원은 인텔이 전사차원에서 내밀고 있는 ‘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견고하게 만드는데 탄력이 되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인텔은 5G 지원 무선 프로토타입, 클라우드 지원 네트워크, IoT 스마트 플랫폼 등 미래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는 기술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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