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들과 경쟁, 버티지 못하면 3년 뒤…” 한성숙 대표의 솔직한 고민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 17일 취임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사진>가 미디어 앞에 섰다. 취임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한 대표는 28일, 서울에서 미디어 상견례 자리를 마련하고 향후 경영 계획과 지향점 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이날 한 대표는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 관련해 “버티지 못하면 3년 뒤 어떻게 돼 있을까 그런 고민이 크다”면서 네이버 수장으로서 짊어진 고민의 무게를 드러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과 비교하는 얘기, 유럽 가서 성공할 수 있나, 라인이 요즘 별로라던데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다”며 “작년보다 성과는 좋아야 하고 또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이 엮여있는데 이런 것들이 중요해지는 타이밍(순간)에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상견례 취지를 밝혔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지향점에 대해 “당장 성과가 어떻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예상한 흐름대로 가고 있다”며 “기술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훌륭한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문제가 있다. 밖에서 보기엔 자본이 있어 보이나 글로벌 큰 회사에 대응하기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투명한 경영’ 강조=한 대표는 최근 경영진 변화와 관련해 “투명하게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해진 창업자가 직함 없이 네이버 사내이사로만 남고, 회사와 관련 없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또 사내 인사가 대표 승진을 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한 대표는 또 “투명한 경영과 기술 플랫폼 행보를 잘하려면 좀 더 공정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야 기술 플랫폼으로 훨씬 잘 움직일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네이버는 오는 29일 실시간급상승검색어(실급검)에 변화를 준다. ‘투명한 서비스’를 위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한 대표는 “지금까지 확보해온 기술들을 서비스에 녹여내 창작자와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데이터를 잘 공개하고 플랫폼의 공정성 이런 부분도 잘 확보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600억 기부금…‘펀드’로 부르는 이유는=네이버는 이날 스몰비즈니스(중소상공인)와 창작자 성장을 위한 600억원 규모 사내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펀드는 해피빈 등 공익 플랫폼 부문에서 350억원, 창업 및 창작 지원 등 사업 플랫폼 부문에 250억원으로 각각 나눠 지원된다.
네이버가 대가 없이 조성, 투자하는 펀드로 사실상 기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일련의 사태 속에서 재단 기부금이 다른 의도로 사용이 되고 댓글을 봐도 재단 기부가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며 “단순히 기부보다는 제대로 챙기려면 펀드개념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펀드로 이름 붙인 이유를 설명했다.
한 대표는 또 “기부 한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이상 예산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고 그런 부분을 제대로 챙겨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오는 5월 정식 오픈할 부산 파트너스퀘어에 대해 “(서울 이외) 타 지역에서 패션산업의 성공 사례들이 많이 나와서 새 창업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넘길까 고민이 많으셔서 우선 부산에 자리를 마련했다”며 “1인 동영상 창작자들을 위해 다소 비싼 시설 장비를 구매하기 어려운 분들도 지원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음성인식’ 기술은 어디에 쓰이나=한 대표는 “음성인식이 네이버지도와 검색에 붙어있긴 하지만 많이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차 안에선 음성이 훨씬 더 편한 입력방식”이라며 네이버랩스가 연구 중인 자율주행차에 음성인식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요즘 초등학생 밑에 꼬마들은 음성으로 명령하고 시리랑 얘기하는 것을 익숙해한다”며 “이 아이들은 타이핑을 안 할 수 있겠다, 그 시기가 금세 올 수 있다. 음성인식은 또 하나의 중요한 입력방법”이라고 기술 개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기술과 콘텐츠’ 두 마리 토끼 잡는다=아날 한 대표는 기술과 콘텐츠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얼마 전 세간을 놀라게 한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 투자는 콘텐츠 확보를 위한 결단이다.
한 대표는 “기술과 함께 중요한 것이 콘텐츠 확보”라며 “한쪽만 있으면 (서비스가) 온전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YG엔터테인먼트 투자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낼 수 있는 기업으로 봤기에 이뤄진 것. 좀 더 협의하면서 구체적인 얘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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