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켓몬고는 시작일 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나이언틱랩스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국내에서도 연일 화제를 몰고 있다. ‘한겨울에 집밖으로 포켓몬을 잡으러 나가겠느냐’라는 업계 일각의 관측이 있었으나 완전한 오판이었다. 구글 앱마켓에서만 740만명이 내려 받았고 하루가 다르게 사용자수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도 언론도 포켓몬고라는 게임을 얕잡아 본 것이 아닌가 싶다. 포켓몬고의 흥행 여부에 우려 섞인 전망을 잇달아 내놨지만 한겨울 출시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포켓몬이라는 유명 지식재산(IP)이 이용자들의 흥미를 돋운 것은 물론이고 콘텐츠 자체도 캐릭터 수집욕을 자극하도록 잘 설계된 것이 흥행을 뒷받침했다.
포켓몬고는 국내 흥행 여부를 떠나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모바일게임의 반열에 올라있다. 이미 역사적인 게임이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선 AR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여러 차례 해왔지만 흥행으로 연결 짓진 못했다. 이에 AR에 대한 관심이 점점 사그라졌으나 한 우물을 팠던 나이언틱랩스가 결국 대박을 일궜다.
나이언틱랩스의 시선은 ‘AR 게임’에 머물러있는 것이 아니다. AR 게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향후 제3의 회사가 플랫폼에 들어와 위치기반게임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플랫폼 내에 AR게임을 위한 각종 API(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를 지원할 방침이다.
데니스 황 나이언틱랩스 아트총괄 이사는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인터뷰에서 “게임 회사가 아닌 위치기반 플랫폼 회사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복안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사가 첫 AR게임 ‘인그레스’를 만들게 된 계기도 흥미롭다. 황 이사는 인터뷰 당시 “아름다운 해변에서 아버지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자녀들은 게임을 하면서 붉은 노을이 지는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서 인그레스 개발 취지를 전한 바 있다. 그는 이용자들이 포켓몬고를 즐길 때 화면을 보느라 숙인 자세가 돼 주변을 인지하지 못하는데 이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포켓몬고는 시작일 뿐이다. 향후 같은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 협력해 강력한 포켓몬을 잡는 이벤트를 벌이거나 이용자 간 대결도 충분히 구현해볼만하다.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게임 속 광고모델의 등장도 예상할 수 있다. 분명해진 점은 AR이 열어갈 게임의 세계가 활짝 열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간적인 게임’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나이언틱랩스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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