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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것은 역시 가전뿐…LG전자, 조성진 CEO 선임 의미는?

윤상호
- 재무 건전성보다 성장 우선할 듯…조준호 사장도 스마트폰도, 내년 갈림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생활가전 DNA에 운명을 맡겼다. LG전자가 1일 2017년 정기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3인 각자대표체제에서 1인 최고경영자(CEO)체제로 전환했다. LG전자의 새 사령탑은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사진>이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을 포함 총 58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1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2017년도 정기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해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본원적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며 “개인(B2C)조직은 핵심역량 위주로 정예화 기업(B2B)조직은 고객 밀착형 조직으로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의 단독 CEO 선임은 LG전자의 문화를 생활가전이 주도하게 됐다는 뜻이다. LG전자는 그동안 단독대표와 각자대표를 오가며 회사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지난 2014년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구본준 당시 LG전자 대표와 함께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각자대표로 선임했다.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됐을 때다. 2016년 구본준 부회장이 LG로 떠나면서는 정 대표와 함께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과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사업본부장 조준호 사장을 각자대표로 올렸다.

결국 조 사장의 부회장 승진 및 단독 CEO는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중 LG전자의 미래는 생활가전에 있다는 점 ▲건전성 보다 성장을 우선해도 될 정도로 재무적 안정화가 이뤄졌다는 점 두 가지를 뜻하는 것을 풀이된다. LG전자 H&A사업본부는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경쟁 심화에도 불구 두 자릿수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LG전자 수익 대부분을 H&A사업본부가 담당한지 오래다. LG그룹은 조 CEO가 이런 생활가전의 경쟁력을 LG전자 전체 조직에 이식해주기를 바라는 셈이다.

2017년 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사람도 송대현 러시아법인장뿐이다. 그는 조 CEO에 이어 H&A사업본부장을 맡는다. 부사장 승진자 5명의 면면도 이런 의도가 엿보인다. 이충호 에너지사업센터 솔라BD(Business Division) 담당 오에는 다 생활가전 관련자다. ▲고명언 글로벌생산부문 베트남생산법인장 ▲이상윤 한국B2B그룹장 ▲전시문 최고재무책임자(CTO) L&A(Living & Air Conditioning)연구센터장 ▲정진희 H&A 에어솔루션연구소 칠러선행연구팀장(수석연구위원)이 그들이다.

다만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은 유임했다. MC사업본부의 부진이 업황 때문인지 경쟁력 때문인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 사장은 2년 동안 MC사업본부를 맡았지만 제품 개발 등을 감안하면 1년 밖에 제대로 색깔을 내지 못했다. 조 사장도 LG그룹 차원에서 주목하던 CEO후보군이다. 이렇게 내치기는 아쉽다.

한편 조직개편은 B2B와 북미시장 강화에 눈길이 간다.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는 스마트사업부 신설과 그린사업부 통합 등이 이뤄졌다. 사업 진행 방향과 속도에 따라 조직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당분간은 수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북미는 미국과 캐나다를 묶었다. 효율성을 따져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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