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QD 동시에 노리는 머크…공급망 생태계 변화?
머크가 이데미츠코산(IK)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재료 특허를 일정 영역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미 나노코와 함께 무(無)카드뮴 양자점(퀀텀닷, QD) 재료를 공급받고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태여서 OLED와 함께 QD, 나아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에 이르기까지 재료 공급망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OLED는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한 액정표기장치(LCD)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특성을 갖는다. 양전극(+)과 음전극(-)에서 출발한 전자가 정공주입층(HIL), 정공수송층(HTL), 전자수송층(ETL), 전자주입층(EIL)을 각각 거쳐 발광층(EML)에서 도판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호스트에서 빛을 만든다.
OLED는 HIL부터 시작해 호스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재료가 필수적이지만 기술 난이도에 따라 양극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자가 이동하는 경로에 위치한 공통층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이미 레드오션 조짐이 나타난 상태다. 고부가가치 재료는 발광층에 집중되어 있고 이 분야를 이끌고 있는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 등은 이미 관련 특허를 휩쓸어버린 상황이다.
핵심은 결국 발광층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OLED 발광재료 시장에서 공통층은 2015년 25.5톤에서 2016년 41.5톤, 2017년 64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발광층은 7.6톤, 12.1톤, 18.7톤에 그칠 전망이다. 언뜻 보면 공통층이 시장규모가 더 크지만 금액으로는 발광층이 압도적이다. 공통층이 3억5000만달러에서 8억3900만달러, 발광층은 3억900만달러에서 6억800만달러로 예측됐다. 발광재료의 양에서 공통층이 3배 이상이지만 수익성에서는 발광층이 더 낫다는 얘기다.
머크의 경우 HTL과 인광(phosphorescence, 燐光) 그린에서만 강세다. 이와 달리 IK는 HTL, ETL, 인광 그린, 인광 블루 등 골고루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체 인광 블루에서 70%에 가까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모두 IK를 통해 재료를 공급받고 있다.
머크도 발 빠르게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독일 담스타트 본사에 3000만유로(약 370억원)를 투자해 OLED 재료 공장 가동을 시작한 것. 최근 머크가 진행한 단일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사업규모가 크고 단계적 증산까지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 2018년까지 OLED 소재 선두 기업 반열에 올라 OLED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모든 화학 재료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EML에 상당히 많은 특허가 걸려 있지만 충분히 크로스 라이선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UDC를 포함해 OLED 재료의 특허 문제는 거의 없다”며 “OLED 투자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발맞춰 재료를 공급받아 곧바로 라인에 투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머크와 IK의 협력은 담스타트 공장에서 생산할 EML 재료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상대 기업의 OLED 재료 관련 특허를 명시된 조건 하에서 개발, 제조,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재료 가격의 하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장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한편 머크는 솔루블 프로세스(용액공정) 재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우케미칼과 듀폰도 마찬가지여서 각 OLED 재료 기업의 경쟁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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