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저장 기술의 한계와 전망
글 : 마크 리(MARK RE) 씨게이트테크놀로지 수석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터 저장기술의 안정성과 속도가 높아졌지만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의 크기는 점차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1976년 일본의 슌이치 이와사키 박사에 의해서 제안되었던 수직 자기 기록 (PMR, 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 방식은 30년에 가까운 개발 연구를 거쳐 2005년에 도시바의 1.8인치 디스크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상용화된 바 있다.
이 기술은 기존의 수평 자기 기록 방식(Longitudinal recording)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주목 받았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급속하게 늘어나는 대용량 데이터 수요는 불과 10년도 안 돼서PMR 방식의 한계를 가져왔다.
이 PMR방식의 한계 때문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꽤 오랫동안 4테라바이트(TB) 용량의 벽에 막혀있었다. 3.5인치의 HDD 내부 공간이 협소해서 데이터를 기록할 플래터 4~5장을 넣는 것이 최대치였기 때문이다. 플래터 수가 늘어나게 되면 내부 공기의 순환이 어려워짐으로 회전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또한, 데이터가 분산되어 데이터를 읽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폭발적인 디지털 데이터의 생성 및 소비의 시대에 대용량 데이터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려면 면적밀도를 어떤 방법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까?
HDD 제조사들은 최근 저장장치의 새로운 대세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의 싸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4TB의 벽을 깨면서 용량과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무게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왔다.
제조사와 공급자, 관련 대학, 연구소가 연구개발을 함께할 컨소시엄(Advanced Storage Technology Consortium, ASTC)을 구축해 차세대 저장기술을 개발하는 막대한 비용을 산업계 전반에서 분담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PMR을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는 데이터 저장기술에는 기와식 자기 기록(SMR), 헬륨 충전, 가열 자기 기록(HAMR) 등이 있다.
◆기와식 자기 기록(SMR, Shingled Magnetic Recording)
수직 자기 기록은 데이터를 디스크에 수직으로 정렬시켜 기존의 기록 방식보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었지만 데이터 트랙 간의 간격을 더 이상 줄일 수 없어 밀도의 한계에 부닥쳤다.
이러한 문제점은 데이터 트랙을 지붕의 기와처럼 쌓아 4TB의 벽을 깬 SMR 방식으로 해결됐다. 드라이브 헤드에 위치한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리더기가 데이터를 쓰는 기록기보다 작기 때문에 헤드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세하게 노출해서 데이터 트랙을 쌓았다.
데이터는 손상되지 않으면서 같은 크기에 더 높은 용량이 가능하게 된 SMR은 2014년에 씨게이트가 처음 도입했고 출시된 지 2년도 채 안 되어서 세계 유수 기업의 데이터센터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SMR 방식은 기존의 리더 및 기록기의 요소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새로운 제품에 사용될 별다른 생산 자본이 필요하지 않으며 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트랙을 한 블록으로 취급해서 쓰기 속도가 PMR 방식보다 느리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즉 SMR 방식은 대용량화에는 유리하지만 PMR방식에 비해 속도 면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헬륨 충전 방식
SMR 방식이 플래터 밀도를 높여 용량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헬륨 충전은 같은 공간에 플래터를 더 많이 집어넣기 위한 기술이다. 보통 3.5인치 드라이브 안에 4-5장의 플래터가 들어갔다면 헬륨은 7장의 플래터를 넣을 수 있다. 공기보다 밀도가 작은 헬륨을 넣어 플래터 사이의 공간이 좁아져도 회전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헬륨 충전은 헬륨이 세어나가지 않도록 외부가 단단히 밀봉돼 있다.
씨게이트의 경우 이 헬륨 기술을 이용해 10TB 용량의 ‘엔터프라이즈 HDD’를 시장에 출시했다. 씨게이트의 파트너사인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발표한 이 드라이브는 씨게이트의 파워초이스(PowerChoice)기술을 적용해서 소모되는 전력과 냉각 유지비용을 낮췄으며 초당입출력처리속도(IOPS)를 최적화해 효율성을 높였다. 헬륨 충전 방식은 헬륨의 높은 단가가 단점이지만 전력 비용과 무게 감소로 절충하며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센터가 최적의 총소유비용 (TCO)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가열 자기 기록(HAMR, Heat Assisted Magnetic Recording)
기존의 기록 방식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SMR과 헬륨 충전 방식이 나왔지만 디스크 드라이브 발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존 기록 기술이 저장용량 한계점에 다다르면서 기록 밀도를 향상하고 기가바이트 당 최저 비용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은 끊임없이 개발 중이다.
그 중, 가열 자기 기록 방식은 기존 평방 인치당 1테라비트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5테라비트까지의 지면 밀도까지 가능케 하여 차세대 HDD 시장을 이끌 신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아직 상용화된 기술은 아니지만, 현재 상당한 수준의 기술 발전 단계에 이른 HAMR방식은 하드디스크에 정보를 기록할 때, 레이저로 특정 비트를 가열해서 더 작은 비트에 정보 기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HDD 제조사 기술 컨소시엄인 ASTC에 따르자면 HAMR 기술은 HDD의 기록 용량을 50TB까지 끌어올릴 신기술이다.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은 각기 HAMR을 적용한 드라이브 상용화 및 양산을 위해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 중에 있다. 특히 씨게이트는 가열 자기 기록 기술을 적용한 첫 제품을 2017년에 출시하고 대량 생산을 2018년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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