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장마가 시작됐다. 우중충한 날씨처럼 우울한 소식이 이어진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주력 산업이 흔들린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도 그렇다.
LG전자가 결국 또 한 번 휴대폰 사업에 칼을 댔다. 스마트폰 ‘G5’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LG전자는 “연중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G5 출시 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대책으로 신속히 조직을 개편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엄폰 조직을 새로 만들고 한국영업은 가전에 통합했다.
대기업의 조직개편은 구조조정의 다른 말이다. 구조조정이 주는 부정적 어감을 상쇄하기 위해 조직개편이라는 표현을 쓴지는 오래됐다. 삼성전자도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많은 이가 회사를 떠났다.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관련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수반한다. 지역사회 전체 아니 한국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악재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쏟아지는데 내수 경기가 살아날리 만무하다.
사실 기업은 성장을 지속치 못하면 고용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회사가 잘 돼야 내 자리도 있고 연봉도 오른다. 하지만 회사는 시스템이다. 이 상황을 초래한 의사결정은 내가 하지 않았다. LG전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한 폰이 스마트폰”이라던 임원은 자리는 옮겼지만 그대로 있다. 나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회사를 위해서 매일 매일을 보냈을 뿐이다. 내가 업무시간에 인터넷 좀 했다고 스마트폰이 안 팔린 것은 아니다. 딴 짓을 하기엔 수많은 평가가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퇴근 후에도 쉴 새 없이 날아오는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까지 응대했던 나다 .
이래저래 월급쟁이만 고달픈 세상이다. 이번엔 비켜갔지만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애사심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나올까. 님이라고 부른다고 그리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