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진 ‘블러핑’…주파수 경매 ‘승자의 저주’ 사라질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달 시작되는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이동통신 3사가 장고에 돌입했다. 내가 필요한 주파수는 적정한 대가에, 그리고 경쟁사가 가져가는 주파수는 더 비싸게 가져가게 하는 것이 주파수 경매 전략의 기본 골자다.
하지만 언제나 유독 인기 있는 주파수가 있기 마련이다. 인기 있는 주파수를 확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경매가 과열양상을 띄기도 했고, 한 때 ‘승자의 저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2011년 첫 주파수 경매가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1.8GHz 대역을 놓고 무려 83라운드나 겨뤘다. 당시 방통위가 가장 수요가 높은 2.1GHz 대역에 LG유플러스만 입찰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는 선택의 여지가 적었다. 특히, 최소입찰증분도 1%로 2013년 올해보다 0.25%포인트 높았다. KT가 중도에 입찰을 포기하며 경쟁이 종료됐지만 최저경쟁가 4455억원이 995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하며 ‘승자의 저주’ 논란이 연일 지면을 장식했었다.
당시 KT 이석채 회장은 “과열현상 및 승자의 저주 우려 때문에 주파수 추가 입찰을 중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텔레콤 역시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경매에서는 2011년과 같은 ‘승자의 저주’ 논란은 없었다. 일단 무제한 단순오름입찰방식에서 50라운드로 제한하고 밀봉입찰로 승부를 내는 혼합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다만, KT가 상대적으로 대역폭이 적은 1.8GHz(15MHz폭)에 9000억원 가량을 적어내며 비싼 값을 치뤘다. 다만 광대역이 가능한 대역이라는 점에서 나름 수긍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SK텔레콤은 C블록(1.8GHz)을 확보하는데 총 1조500억원을 적어냈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를 반납하게 되면 실제 주파수 확보비용은 4500억원 수준이었다. LG유플러스도 2.6GHz를 최저경쟁가격에 가져가 나름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정부가 지나치게 통신사가 저렴한 가격에 주파수를 가져가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미래부는 감사원 감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주파수 경매는 어떨까. 올해 경매도 2013년때와 마찬가지로 50라운드+밀봉입찰인 혼합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단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역은 2.1GHz다. 광대역 구성이 가능한데다 LTE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대역이다. 이통3사 모두에게 매력적인 주파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최저경쟁가격도 가장 높게 설정됐다.
2011년 주파수 경매에서 LG유플러스는 2.1GHz 주파수를 4450억원에 낙찰받았지만 이번에 나오는 2.1GHz는 5년여만에 가격이 배가까이 뛰었다. 이용기간을 동일하게 설정할 경우 최저경쟁가격은 763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대역에서 ‘승자의 저주’ 상황이 발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미래부가 연말 SK텔레콤과 KT의 2.1GHz 재할당대가와 경매가격을 연동 시켜놨기 때문이다. 즉, 경매가격이 올라갈수록 SK텔레콤과 KT의 재할당대가도 상승한다. 호가만 띄워놓고 빠지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만약 경쟁이 펼쳐진다면 2.6GHz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0MHz폭에 달하는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업계 인사들의 분석이다. LG유플러스가 2.6GHz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적고 또 다른 700MHz라는 광대역 주파수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700MHz 대역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지만 재난통신망 사업 등을 감안할 때 KT가 적격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럴 경우 승자의 저주는 커녕 사상 처음으로 50라운드 이전에 경매가 종료되는 김빠진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가정이다. SK텔레콤이 자본력을 앞세워 2.1GHz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도 있고, 반대로 LG유플러스가 2.6GHz 독식에 나설 경우 경매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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