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시장 개척 필요한 자동차 반도체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잊을만하면 나오는 이야기. 자동차 반도체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에서 전기차(EV)로 진화하고 있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전자제품이나 다름이 없어서다. 현재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전장부품 비중은 40%대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50%를 훌쩍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시장규모와 현실적인 가능성이다.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종합하면 자동차 반도체 시장규모는 올해 300억달러(약 36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작년 전체 반도체 시장규모인 3500억달러(약 432조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오는 2021년 400억달러(약 49조원)을 기록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큰 시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자동차 반도체 시장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장점은 여전하다. 안정적인 수요가 이뤄지는데다가 일단 진입하면 오랫동안 수익모델로 써먹을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정말로 자동차 반도체가 들인 품에 비해서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 여부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를 잘 개발하면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사업적으로 충분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자동차 반도체는 적용하는 곳에 따라 파워트레인, 바디, 섀시, 보안, 안전, 운전자 정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그나마 국내 업체가 건드려볼만한 영역은 운전자 정보에 불과하다. 국산 자동차 반도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나 인포테인먼트나 운전자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핵심 부품에 자동차 반도체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국산 자동차 반도체가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북미, 일본, 유럽 등 자동차 선진지역은 ‘자동차 반도체→전장부품 업체→완성차 업체’의 견고한 카르텔이 갖춰져 있다. 덴소를 비롯해 보쉬, 콘티넨탈, 델파이와 같은 다른 지역의 전장부품 업체가 자국이나 같은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일단 굳어진 생태계를 헤집고 들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당장 자동차 반도체가 뜬다고 해서 국내 업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자동차가 점차 전자제품에 가까워 지다보니 안전에 덜 민감한 전장부품, 예컨대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에서는 우리나라 업체가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려면 무엇보다 기존의 틀을 확실하게 깰 수 있는 제품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투명 디스플레이라면 TV나 사이니지에서 벗어나 사이드미러, 룸미러, 혹은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겸한 앞 유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자동차 반도체도 단순히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앞선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하면 파워트레인, 바디, 섀시, 보안, 안전과 같이 어차피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진입이 어려운 시장보다는 미래 자동차에 선도적으로 쓰일 수 있는 자동차 반도체, 혹은 디스플레이에 투자하고 이를 완성차 업체와 긴밀히 논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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