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유튜브 인수에 나선 알리바바…넷플릭스 의식했나?
- 82.5% 지분 인수 의향, 작년에는 16.5% 확보
- 넷플릭스 견제와 성장 동력 확보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알리바바그룹이 중국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유쿠투도우’의 상장주식을 모두 사들일 의향이 있다고 18일(현지시각) 밝혔다.
유쿠투도우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으며 주주들의 승인절차가 마무리되면 알리바바는 82.5%의 지분을 46억달러(한화 약 5조2118억원)에 사들이게 된다. 유쿠투도우의 현금자산이 11억달러(약 1조246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인수 금액은 35억달러(약 3조9655억원)이라고 봐야 한다. 작년 5월 16.5%의 유쿠투도우 지분을 12억달러(약 1조3596억원)에 구입한바 있다.
알리바바의 유쿠투도우 인수가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도 아니다. 다만 유쿠투도우의 경영진과 기관투자자인 쳉웨이캐피털로부터 이번 거래에 대한 지원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유쿠투도우를 품에 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직전 주가보다 30% 높은 주당 26.6달러(약 3만원)에 인수할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반발은 예상키 어렵다.
이번 거래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국내 경쟁 업체인 텐센트, 그리고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는 넷플릭스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 ‘TBO(Tmall Box Office)’를 통해 영상 콘텐츠 서비스에 나선 상황이어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 영화 제작사인 차이나비전미디어그룹 지분 60%를 사들인바 있으며 독일 BGM과 제휴를 맺고 250만개에 달하는 음원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따라서 유쿠투도우 인수는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콘텐츠 제작에서부터 유통,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TBO만 하더라도 넷플릭스와 HBO의 장점을 그대로 계승한 형태인데다가 유쿠투도우 사용자만 5억명에 달해 순식간에 관련 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알리바바는 실적부진과 함께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주력해왔다. 텐센트가 중국 최대 e커머스 업체인 징동닷컴(JD닷컴)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는 점이 자극제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알리바바를 견제하기 위해 바이두와 합작법인을 만든 상태여서 이래저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중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미디어 정책 규제를 담당하는 광파전영전시총국(The State Administration of Press, Publication, Radio, Film and Television, SARFT)이 관리하는 몇몇 스트리밍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넷플릭스에게 있어 세계 최대의 TV 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규모는 오는 2018년까지 140억달러(약 15조86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유쿠투도우가 사용자도 많고 중국 동영상 광고 수입도 1위라는 점, 사용자 1인당 가치를 10달러로 평가했는데 이는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하면서 계산한 23달러보다 저렴하다는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유쿠투도우는 아직까지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중국 동영상 서비스의 핵심은 광고 기반인데 유료 사용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불안요소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중국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고 있으나 TBO가 유료 사용자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TBO의 성장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면 넷플릭스도 중국에서 서비스를 못할 이유가 없다. 이 시점에서 중국 사용자에 알맞은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제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편 알리바바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실적부진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최대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수닝전기의 지분 19.9%를 인수했으며 알리바바스포츠그룹을 만들어 스포츠미디어와 티켓 판매 등의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 외에도 영화 제작을 담당하는 알리바바픽처스는 최근 국내 영화 ‘리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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