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셜커머스와 착한유통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얼마 전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가짜 상품(짝퉁) 판매 의혹과 함께 ‘스윙고’라는 영세 사업자를 부도로 몰고 갔다는 주장이 국정감사를 통해 제기됐다. 쿠팡 측은 해당 업체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놨지만 여론은 급속히 싸늘해졌다. 이 시점에서 쿠팡은 자신보다 작은 업체를 괴롭힌 ‘갑(甲)질’의 아이콘이 됐고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당시 정황을 보면 의심스러운 상황이 많았다. 먼저 짝퉁의 기준이 모호했다. 스윙고가 상품이 가짜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출고한 적이 없는 ‘무자료 거래’이어서다. 이에 대해 쿠팡은 유통 업체에게서 정상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무자료 거래는 유통 업체가 매출 규모를 축소하거나 감추기 위해 자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쿠팡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상태라 탈세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스윙고가 쿠팡에 상품을 직접적으로 공급한 적이 없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무자료 거래라고 하더라도, 상품 자체의 진품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2만원대에 판매되던 제품을 굳이 수고를 들여 짝퉁을 만들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쿠팡과 스윙고의 갈등은 제3자의 상품 부정반출이 빚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판매했던 상품도 정품이 맞았다. 이에 따라 양측은 고소를 취하하고 상생을 도모하기로 했다. 훈훈한 광경이지만 상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스윙고로 인해 쿠팡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굳이 쿠팡에게 잘못이 있다면 같은 상품을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자 노력했고 유통 경로를 일일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100원 단위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e커머스 시장에서, 심지어 오프라인에서조차 유통 과정을 따져가며 상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이득이다. 여기서 상품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우선적 가치는 가격이지 유통 과정의 투명성이 아니다. ‘착한’ 유통, ‘나쁜’ 유통으로 상품을 나눈다고 해서 착한 유통이 이뤄진 상품이 잘 팔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이라면 가격이 싸야 눈길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착한 유통에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쿠팡 사례에서처럼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친 상품이 더 저렴하게 공급됐다는 점이다. 이는 유통 과정 자체를 착하거나 나쁜 이분법적 사고로 바라볼 수 없는 근거가 된다. 뒤집어보면 스윙고와 연결된 유통망이 그만큼 이득을 취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물론 여기에는 함정이 있을 수 있다. 유통 업계에서는 경쟁사를 압박하기 위해 일종의 덤핑, 그러니까 대규모로 상품을 구입하고 일부러 가격을 낮춰 판매함으로써 거래선과 상품의 가격 대비 가치를 헝클어 놓는 경우가 있다. 수천만원 단위로 상품을 구입한 다음 유통가보다 낮게 공급하거나 경품 등으로 물량을 풀어버리면 제조사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이 피해는 결국 시장 전체로 퍼져나간다.
결국 이런 문제는 제도적 개선으로 풀어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유통망의 복잡성을 해소하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자율경쟁을 보장하면서 시장에 해를 끼칠 만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일이다. 특히 눈속임 할인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정보와 할인율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소비자가 시장을 보다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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