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CEO의 퇴진, 한화S&C 때문인가…불편한 논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한화그룹 계열의 IT서비스회사인 한화S&C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한화S&C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IT장비를 도입할 때 특별한 이유없이 한화S&C를 통해 구매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의혹 제기가 그것이다. 이른바 개정 공정거래법상의‘통행세 금지’위반 논란이다.
비상장회사인 한화S&C는 한화생명 등 한화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IT아웃소싱 등 그룹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2014년말 기준)을 차지한다. 직원수 800여명의 한화S&C는 중견 IT서비스회사로 분류된다. 김동관 한화큐셀 상무를 비롯한 한화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각각 50%, 25%, 25%의 비율로 지분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S&C의 반박 “일감 몰아주기 아니다” = 최근 논란과 관련, 한화S&C측은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면서도 언론에서 제기된 내용들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전체 매출액중 그룹 매출 비중이 결과적으로 큰 것은 시장상황의 변화 때문일 뿐”이라며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실제로 경영지표만 보면 이같은 회사측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 한화S&C의 지난 3년간 총매출액을 보면, 지난 2012년 5759억원, 2013년 4602억원, 2014년 4116억원 등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2년과 비교해 2014년 매출은 약 1600억원 이상 감소했다.
또한 이 기간 당기순이익도 2012년 650억원, 2013년 104억원, 2014년 4억원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성립하려면 경영실적이 비례해서 증가해야하는데 공교롭게도 한화S&C의 최근 3년 실적은 오히려 ‘역성장’에 가깝다.
물론 한화S&C가 2014년 당기순이익이 4억원에 불과함에도 주주배당금을 75억원이나 책정하자 시장에선 차가운 반응이 나왔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이 한화S&C 지분의 100%를 구성하고 있기때문에 지나친 주주편향적 배당이란 지적이었다.
한편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한화S&C측은 “이 시기에 한화그룹 대상의 MRO(소모성자재구매)사업을 접은데다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의 시행으로 공공IT부문에서 참여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한화S&C는 전 산업 영역에 걸쳐 대외 SI(시스템통합)사업을 하고 있지만 금융권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SI사업을 수주하지는 못했다. 최근 3년간 대외 IT사업의 성과라면 신협중앙회 공제부문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수주 등이 눈에 띄는 수준이다.
또한 ‘한화증권이 전산장비를 한화S&C를 통해 구매함으로써 IBM에 직접 구매했을때보다 30%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했다’는 이른바 통행세 의혹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비교할만한 동일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도 답답하다”며 역시 동의하지 않았다.
즉,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장비 도입시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테스트 등 한화S&C가 제공하는 가치는 생략된 채 단순한 가격비교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퇴임예정 한화증권 주진형사장,‘일감 몰아주기 거부’때문? = 일감몰아주기 의혹 제기와 관련 한화S&C의 해명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최근 한화증권 주진형 사장의 퇴진을 둘러싼 배경중 하나로 한화S&C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주사장은 내년 3월 임기만료후 퇴임할 예정이다.
한화S&C와 관련된 부분이란 ‘주 사장이 최근 몇 년간 한화증권의 IT비용을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전산장비 구입처를 한화S&C에서 IBM으로 바꾸는 시도를 했으며, 이 때문에 한화그룹측에 밉보였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한화S&C 건과는 관계없이, 국내 증권사중에서는 유일하게 한화증권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리포트를 내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인것이 한화그룹측을 불편하게했고 결과적으로 주 사장의 입지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증권업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퇴임을 6개월이상 남겨둔 시점에서 한화그룹측이 한화증권의 차기 대표 내정자까지 밝힌 것은 증권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룹측에서 주 사장의 퇴진을 압박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주 사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은 애초부터 연임할 의사가 없었다’며 이같은 소문을 부인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계열 IT서비스의 구조적 한계 = 한발짝 떨어져서보면, 이같은 그룹 계열 IT서비스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한화그룹 사례에만 엄격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삼성SDS, SK C&C(현 SK주식회사) 등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이같은 의혹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IT서비스회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총수 일가가 계열 IT서비스회사의 대주주 또는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그룹내 IT서비스회사를 통한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적절하게 활용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거의 예외없이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이 촉발됐다. 국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이자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결국 한화S&C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 논란도 사안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런 맥락에서보면 당분간 불편한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더욱이 마치 일감몰아주기에 반기를 들었기때문에 계열사 CEO가 퇴진하는 모양새로 해석되는 상황이라면 한화그룹으로선 필요이상으로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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