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삼성전자도 더 이상 조정위 말 듣지 말라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예상은 했지만 정도가 너무 심하다.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의 편파적 행보는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라는 인물이 조정위원으로 들어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그가 누군가. ‘벤젠이 검출됐다’는 왜곡된 사실을 외부로 흘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죽음의 사업장’으로 묘사한 인물이 아닌가. 당시 검출됐다는 벤젠은 사람 손에 닿지 않는 감광액 시료에서 나온 것이다. 설사 이 시료가 사람 손에 닿는다 하더라도 검출량은 휘발유의 1000분의 1 수준으로 극미량이어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미국 발라즈가 동일 시료를 조사한 결과 벤젠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백도명이 협상의 중재를 맡는 조정위원이 된다고 했을 때 삼성전자는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백도명을 포함한 조정위원들의 편파적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심판이 링 위에서 글러브도 끼지 않은 채 맨주먹을 휘두르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권고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해당사자 가운데 이 행사에 참석한 곳은 반올림 뿐이었다. 사실상 국정감사 시즌을 활용한 ‘여론몰이용’ 반쪽짜리 토론회였던 것이다. 백도명은 이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반올림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지난 8월 27일 한국산업보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는 평가다. 은수미 의원실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의 이사장인 고한석은 또 다른 조정위원인 정강자(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의 남편이다. 정강자가 대표로 있는 참여연대는 최근 “공익법인 설립 요구를 거부한 삼성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라며 “사회 위에 군림하는 삼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원색적 비난을 담은 성명서를 내놓았다. 참여연대의 주장 역시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는 지적이다.
백도명, 정강자는 ‘조정위원’이라는 감투를 쓴 채 연일 삼성전자를 때리고 있는 셈이다. 중재를 맡는 조정위원들이 한쪽 주장을 대변하면 신뢰가 깨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조정위 위촉을 제안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가대위)가 이들에게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비공식 간담회에 불참하겠다”고 선을 그었을까.
조정위원장인 김지형(전 대법관, 현 변호사)도 책임이 크다. 그는 조정위 위촉 당시 “편파 구성 논란은 어떻게 잠재울거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것은 앞으로 잘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절대 ‘잘 해결했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김지형이 ‘조정위 이탈’로 가대위를 비판하려 한다면 우선적으로 백도명, 정강자의 편파 행위에 대한 해명과 사과, 조정위원 구성 변경과 같은 재발방지 약속를 해야 한다. 그들 논리에 따르면 협상이 늦어져 발생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보상도 조정위의 몫이다. 백도명, 정강자를 조정위원으로 추천한 건 바로 김지형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즉, 신뢰를 깨뜨린 건 조정위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기 전엔 조정위의 말을 들어선 안 된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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