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알카텔루슨트’ 공룡 탄생, 통신장비시장 1위 넘본다
- 에릭슨·화웨이와 더불어 ‘3강’구도 재편 예상, 재난망 사업 등 국내시장에도 영향 미칠 듯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핀란드의 통신장비 업체인 노키아가 프랑스 경쟁업체 알카텔루슨트를 인수, 합병키로 하면서 거대 통신장비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실적을 합치면 260억유로(30조원)의 매출규모를 갖추게 돼,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인 에릭슨의 매출규모(2280억크로나, 28조3586억원)를 능가하게 됐다.
주식교환 방식을 통한 양사의 거래는 156억유로(18조2000억원)에 달한다. 양사의 이사회가 거래조건에 합의했고,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는데 가장 변수가 될 수 있었던 프랑스 정부의 승인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대표는 알카텔루슨트 인수를 위해 최근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을 만나 인수 계획을 전했고, 올랑드 대통령도 양사 합병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키아는 핀란드, 알카텔루슨트는 프랑스 기업인데다 알카텔루슨트가 미국에도 상장돼 있어 복잡한 거래 절차와 규제 승인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이 많은 부분 겹치지만 각각 5만명이 넘는 대규모 회사가 서로 합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에 따라 합병 법인이 탄생해 조직이 안정화되기까지는 1년도 넘게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인수·합병을 위한 모든 거래와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합병은 알카텔루슨트가 노키아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2006년 프랑스 기업인 알카텔과 미국 기업인 루슨트가 합병해 탄생한 알카텔루슨트는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알카텔루슨트는 미국의 대형 통신사인 AT&T부터 명맥을 이어온 기업으로, 그 역사는 1869년부터 시작된다. 140여년이다.
◆통합 노키아, 에릭슨·화웨이 제칠 수 있을까=노키아는 올해로 창립 150주년을 맞이했다. 이번 합병으로 노키아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에 핵심 사업이던 휴대폰 부문 매각을 완료한 이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통신장비 선도기업으로 도약과 변신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향후 목표대로 성과를 내게 된다면, 노키아는 변화하는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휴대전화 기업이 아니라 제대로 변신해 ‘부활한’ 상징적인 기업으로 회자될 수 있게 된다.
알카텔루슨트 인수로 노키아는 우선 기존 수치상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확산되는 LTE 무선 통신장비 시장 1위인 에릭슨, 화웨이가 보유한 점유율을 능가할 수 있게 됐다.
통신시장 전문 시장분석 업체인 델오로그룹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롱텀에볼루션(LTE, FDD·TDD 포함) 시장 점유율은 에릭슨이 27.3%, 화웨이가 22.6%, 노키아(네트웍스)가 16.1%, 알카텔루슨트 14.4%, ZTE 8.3%, 삼성전자 5.3% 순이다.
4G LTE 시대에서 다소 뒤처져 있는 모양새이지만 알카텔루슨트는 아날로그(AMPS) 시대부터 2G, 3G, 4G까지 무선 통신 발전과 함께해온 기업이다.
특히 노키아는 알카텔루슨트 인수로 그간 미진했던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경제규모를 갖춘 중국 통신 시장에서도 입지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알카텔루슨트는 10대 무선 통신사업자 중 9개(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텔레포니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오렌지)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알카텔루슨트가 확보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점유율은 35%이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점유율은 11%로 외산 장비기업으로는 선두권이다. 노키아 역시 중국 시장에서 최근 선전해 왔다. 다만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중국 장비기업들이 노키아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카텔루슨트의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시장에서도 물론 위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5G,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전환 차세대 기술 역량 강화=더욱이 알카텔루슨트는 1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연구개발 기관인 벨연구소를 확보하고 있다. 알카텔루슨트가 보유한 특허는 3만3000건으로 노키아가 보유한 1만1000여건의 3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노키아는 통신장비(네트웍스) 사업부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 인큐베이션과 특허 및 지적재산권(IP) 라이선싱을 전담하는 ‘테크놀러지’ 부문의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오는 2020년 이후 펼쳐질 차세대 무선 통신시장인 5G,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위한 미래 기술 분야에서 선도기업으로 성장동력을 배가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알카텔루슨트는 무선 액세스, 모바일 백홀, 무선 패킷 코어, IMS(IP미디어서브시스템), 네트워크 관리 소프트웨어에 이르기는 전체 통신장비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광 전송 장비와 IP 라우터, 패킷광전송(POTN), 그리고 자회사인 누아지네트웍스를 통해 최근 떠오르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기술도 선도하고 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플랫폼 분야에서도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무선과 가상화, 클라우드를 포함하는 융합 기술이 관건이 될 5G 장비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치고 나아갈 수 있게 됐다.
노키아 네트웍스 사업부는 노키아와 지멘스의 합작법인(NSN)이던 시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유선 장비부문을 분사(현재 코리언트)해 현재 무선 통신장비 위주의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양사는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통합된 회사는 사람과 사물을 어디에서든 끊김없이 연결해줄 토대를 창출하는데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그 토대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포함하는 차세대 기술 변화를 수행하는데 있어 필수”라고 밝혔다.
양사는 통합법인 출범 후에도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벨연구소와 노키아의 테크놀로지 부문,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퓨처웍스(FutureWorks)’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통합법인은 4만명 이상의 연구개발(R&D) 인력과 2014년 기준 47억유로의 R&D 투자를 바탕으로 5G, IP, SDN, 클라우드, 애널리틱스와 센서, 이미징을 포함하는 미래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도 강조했다.
라지브 수리 노키아 CEO도 “알카텔루슨트와 노키아는 함께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과 서비스 분야를 이끌 계획”이라며 “수익성 있는 성장을 가속화하고 글로벌 고객 요구를 충족하며 미국과 중국에서 선도적 위치를 구축하는 것을 포함해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거래는 적절하며, 적합한 시기에 타당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양사의 결합으로 인한 R&D 엔진의 강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로의 전환에 필요한 보완적이고도 포괄적인 포트폴리오 확보, 미국과 중국 시장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들었다.
◆노키아, 국내 통신시장 입지 강화 예상=이번 합병은 국내 통신장비 시장에서도 파장이 예상된다.
일단 눈앞에 두고 있는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가장 관심사다.
현재 1조7000억원 규모의 재난망 사업 수주를 놓고 통신사뿐만 아니라 통신장비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
통신사 무선 인프라 투자 가뭄 속에서 대규모 재난망 사업은 장비업체들로서는 반드시 수주해야 하는 최우선 사업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일정규모 무선 기지국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에릭슨엘지, 화웨이 등이 차지하기 위해 경합을 펼치는 형국이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알카텔루슨트는 공군에 시분할 방식의 LTE(LTE-TDD) 사업에 참여해 재난망에 버금가는 중요한(미션크리티컬) 망을 실제 구축한 경험을 갖고 있는 유일한 장비업체다.
작년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확보한 공공안전 롱텀에볼루션(PS-LTE) 경험을 국내에 소개하고 국내 중소기업과도 활발히 협업하면서 발빠르게 재난망 사업 참여하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국가 재난망의 성공적인 구축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올해 안에 ‘아태지역 재난안전통신망 기술지원 허브’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두 회사의 통합작업이 완료되는데 1년 넘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난망 시범사업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본사업 진행과정에도 서로 경쟁하게 되는 처지가 된다.
양사가 긴밀한 공조 해법을 찾아 에릭슨이나 화웨이같은 막강한 경쟁사를 제치고 독보적인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울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이밖에도 알카텔루슨트는 국내 광전송 분야에서 오랫동안 선두입지를 고수해 왔다. 최근에는 대용량 코어·에지 IP 라우터 사업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가 광 전송·IP 장비를 사용하거나 기업(B2B) 전용회선 사업에서 협력을 벌이고 있다.
LTE망은 노키아가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기지국 장비를 공급해 운영 중이며, 알카텔루슨트는 2G와 3G 장비를 KT와 SK텔레콤에 공급한 바 있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알카텔루슨트 합병을 통해 국내에서 유무선 사업과 고객기반 확장으로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노키아는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완성한 국내 통신사 LTE 전국망 구축 사업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전세계 LTE 시장에서 선전해 왔다.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오고 있기 이 때문에 다른 통신장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노키아 본사에서 국내 시장을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 노키아가 R&D센터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센터’를 국내에 설립한다고 밝힌 것도 이를 보여준다. 노키아코리아는 서울 삼성동에 R&D 센터 신설과 새로운 사무실 공간을 마련해 올 6~7월에 이전할 계획이다.
통합작업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국내에서는 조직과 인력 문제가 가장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사는 노키아가 알카텔루슨트 직원 고용을 승계한다고 밝혔지만 한국지사에서 겹치는 무선 사업부 조직과 인력 부문의 일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통합작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흡수당하는 입장에 있는 알카텔루슨트 인력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노키아(네트웍스)코리아는 200이 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한국알카텔루슨트의 현재 인력은 약 130명이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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