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폭력성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인기 웹툰 포털 레진코믹스가 지난 24일 저녁 차단당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레진코믹스를 음란물로 규정, 차단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웹으로 레진코믹스에 접속할 경우 이용자들에게는 보고 싶은 웹툰 대신 경고 페이지가 나타난다.
방심위 측은 차단 이유를 몇 가지로 설명했다. 성행위가 그대로 묘사된 일본 만화가 삽화 조치 없이 그대로 한글화 됐다는 점, 성인인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점, 레진코믹스 서버가 해외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 방심위의 차단 논리다.
레진코믹스의 일부 성인 웹툰 콘텐츠가 불법 음란물에 해당하는지는 일단 논외로 치자. 이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방심위가 법적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조직이기 때문에 판단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과정이다. 레진코믹스는 합법적으로 국내에서 설립된 법인으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글로벌K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레진코믹스’ 다섯글자만 입력해보면 주소, 연락처와 같은 기본정보뿐 아니라 최근 언론지상에 보도된 소식이 전해진다.
유료 웹툰 시장을 개척해 국내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콘텐츠의 수위가 너무 높거나 성인인증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연락을 취해 얼마든지 시정가능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심위는 레진코믹스 측에 전혀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방심위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방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리고, 즉시 집행했다.
레진코믹스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성인 웹툰을 보지 않는 수많은 일반 이용자들까지 갑자기 음란 사이트 이용자가 돼 버렸다.
방심위는 레진코믹스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것도 주요 차단 이유로 들었다. 레진코믹스는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개발된 서비스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름 위에 있다. 즉 물리적 서버의 정확한 위치를 사용자는 알지 못한다. 구글의 정책에 따라 서버가 한국에 있을 수도, 중국에 있을 수도, 유럽에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레진코믹스가 불법 음란물을 유포하고 법망을 피하기 위해 서버를 해외에 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방심위도 이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방심위는 물리적인 서버 위치가 해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계적으로 판단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방심위의 형님 격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처음 기획한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에서는 이 법안을 민생법안이라며 적극 지원했었다.
이 법에 따르면 공공기관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외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진코믹스는 정부도 권장하는 클라우드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불법 음란물 유포를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회사로 취급당했다.
방심위는 법률로부터 특정 방송통신 서비스를 죽일 수도 있는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 권한은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사돼야 한다.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는 폭력이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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