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망중립, 정부 역할 중요하다
지난달 26일, 전 세계 통신분야 관계자들의 이목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 집중됐다. 이날 FCC는 통신망 사업자들이 통신망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을 3대2로 통과시켰다. 돈을 더 많이 받고 속도가 더 빠른 차별화된 통신망 서비스를 할 수 없으며, 통신망은 공공재로 차별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FCC 결정의 골자다.
‘망중립’(network neutrality)을 위키 백과에서는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등 3가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도로에 비유하자면, 국도나 고속도로 사용에 있어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망 사용이 이처럼 이슈가 된 것은 역설적이다. 과거 전화통신 시대에 통신망을 가진 회사가 전화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되자 PC통신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해 초고속 광 인터넷 망을 설치했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치못하게 전개됐다. 막상 인터넷 시대가 되니 망을 설치한 통신망 업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고 PC화면을 장악한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막대한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인터넷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통신망 투자는 계속해서 증가하는데 정작 통신망 사업자는 매월 통신망 사용 요금만 받는 것 외에는 추가로 수익창출을 하지 못했다. 당연히 회사 성장성에도 문제가 생기게 됐다.
일례로 지난 2012년 국내 굴지의 전자업체가 스마트TV를 판매하자 통신사업자는 데이터 폭주가 된다면서 인터넷 망을 차단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필자가 정부, 제조업, 사업자간 임원협의로 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다. 정부는 기존 인터넷 품질에 저해가 안된다면 돈을 더 내고 더 빠른 회선을 사용하는 것은 시장자율에 맡겨야 된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콘텐츠 회사들은 가입자들이 통신요금에 이미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콘텐츠 회사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은 1993년 미국의 엘 고어 부대통령이 고속도로가 산업화를 이끌 듯 국가 정보화를 촉진시킬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Highway) 구축을 주창해 초고속 통신망투자를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 당시 미국의 초고속 통신망 투자는 일본 제조업체들의 공세로 인해 무너진 미국의 경쟁력을 만회해보려는 미래 전략차원에 시작됐다. 결론적으로 당시 이러한 미국의 선택은 탁월했다. 현재 미국의 산업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닷컴 등 인터넷 회사들을 중심으로 주도되고 있고, 나아가 제조업체들의 공백을 메우고 세계 산업계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미국 FCC의 차별없는 인터넷 망 사용에 대한 결정은 미국이 미래에 인터넷 산업을 더욱 부흥시키기 위한 일환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통신망의 핵심은 속도다. 앞으로 통신망이 고도화 될수록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사업과 산업이 창출될 수 있음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통신망 회사에게만 일방적으로 투자하라고 강요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정부는 통신사업자들이 통신망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복지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대비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 전체의 소득과 서비스 질 향상도 크게 보면 복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콘텐츠 업체들에게 차별화 되지 않은 최고의 속도와 품질이 보장된 통신망을 제공함으로서 수많은 벤처 기업 탄생과 글로벌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는 어떤 쪽에 더 돈을 써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경주 (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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