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옐로모바일과 메디슨의 벤처 연방제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한국 벤처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현 카이스트 교수)은 지난 1999년 벤처 열풍 당시 ‘벤처 연방제’라는 개념을 제안한 적이 있다. 벤처 연방제는 벤처기업들끼리 연합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경쟁력을 높이자는 전략이다.
이 전 회장은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 집필한 ‘벤처 대국을 향하여’라는 책에서 벤처 연방제에 대해 “연방체 구성을 통해, 작은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동시에 큰 기업과 견줄 수 있는 효율성을 확보해, 혁신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벤처 연방제 구상을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자신의 메디슨을 중심으로 벤처 연방체를 구현해 나갔다. 메디슨 벤처 연방체에는 계열사 23개를 포함해 총 40여개사가 포함돼 있었으며,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무한기술투자, 메디다스 등 당시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이 연방에 가입돼 있었다.
메디슨의 벤처 연방제는 언론과 관련 업계로부터 기대반 우려반의 평가를 받았다. 벤처 연방제가 왠지 대기업 집단인 재벌과 유사해 보인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이 전 회장의 꿈 자체는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벤처 연방제의 꿈은 실패로 끝났다. 2002년 메디슨이 최종 부도처리 되면서 벤처 연방은 무너졌다. 단기 차입금을 통한 과도한 신생 벤처 투자가 메디슨 부도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이후 벤처 연방제라는 용어는 언론과 업계에서 사라졌다. 더 이상 벤처 연방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어쩌다 언급돼도 닷컴 버블 시대의 실패한 전략으로만 기억돼 왔다.
그렇게 10년 이상 흘렀다.
그리고 제2의 벤처 연방이라고 불릴만한 ‘옐로 모바일’이 등장했다. 창립 2년밖에 되지 않은 이 회사는 벌써 약 7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모두 인수를 통한 것이었다.
옐로모바일은 스스로를 “게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외한 모바일 영역에서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연합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쇼핑(S), 미디어(M), 광고 및 디지털마케팅(A), 여행(T), O2O(O) 분야의 회사를 주로 인수했으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인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을 보면서 벤처 연방제에 대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 전 회장도 옐로 모바일에 대해 “모럴 해저드가 없다면 새로운 시도라고 본다”면서 “결과는 지켜봐야 하나, 새로운 도전으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있다”고 평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벤처 연방제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전 회장의 꿈은 원대했지만, 닷컴 거품 붕괴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했다. 옐로 모바일이 메디슨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벤처 연방이라는 꿈 자체가 실현 불가능한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옐로모바일 측은 이 전 회장의 벤처 연방제와 옐로 모바일의 벤처 연합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벤처들이 힘을 합친다는 구상은 같지만 현재와 닷컴버블 시대의 IT 산업의 성숙도가 다르고, 실행 전략도 다르다는 것이다.
옐로모바일 관계자는 “2000년대 초기와 달리 지난 10년간 광고 비즈니스 등 온라인 비즈니스모델이 성숙해 비즈니스의 예측가능성이 높고 리스크가 적으며, 철저한 실사를 통해 시장에서 검증된 회사만 인수하고 있다”면서 “또 단기 차입금이 아닌 외부투자자의 지분투자와 회사간 100%지분스왑에 의한 높은 결합도로 사업을 전개하는 점이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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