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스타트업 업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본격화 된 해였다. 정부의 스타트업(초기벤처) 지원정책이 쏟아졌고, 그 영향인지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도 급증했다. 흡사 2000년대 초반 벤처 열풍이 재현되는 듯 했다.
스타트업은 언론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았다. 각 언론사마다 스타트업 담당기자가 등장했고,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공중파 TV에서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방영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제2의 벤처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다만 현재가 1차 벤처 열풍과 다른 점은 투자자들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서 한 장에 수십억을 쏘던 그런 모습은 재현되지 않고 있다. 분명 10여년 전보다는 한층 성숙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올해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스타트업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옐로모바일의 과속 스캔들(?)
올해 옐로모바일은 매우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 해 2012년 8월 설립된 옐로모바일은 올해 엄청난 과속을 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 좀 쓸만하다싶으면 옐로모바일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설립 2년된 기업의 계열사가 벌써 66개다. 공룡 벤처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같은 광폭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도 많다. 잇단 인수합병으로 몸집은 키웠지만 수익성에 대한 물음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처 거품의 상징인 골드뱅크의 재현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옐로모바일 측은 “게임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제외한 모바일 영역에서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연합”이라고 자신들의 전략을 설명했다.
◆배달앱 인기 급증…수수료 논란도
배달앱은 근래에 등장한 스타트업 중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성이 가장 확고한 분야다. 소셜커머스 이후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빅3 업체는 올해 광고전을 벌이며, 시장 선점을 위한 뜨거운 경쟁을 펼쳤다. 다우기술 등 기존 IT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배달앱 수수료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치킨, 짜장면 등을 판매하는 영세 업체들로부터 과도하게 수수료를 받는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거머리 비즈니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배달앱 업체들은 수수료를 낮추고, 음식점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을 선보였다.
◆초기 전문 벤처캐피탈(VC) 인기
최근 스타트업 열풍이 2000년대 초반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벤처캐피탈이다. 프리미어,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케이큐브벤처스 등 창업 초기에서부터 자본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VC들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들 선행 강자에 이어 더벤처스, 퓨처플레이 신생 VC 등도 많이 생겼다.
성공한 창업자가 투자자로 변신하는 사례도 늘었다. 더벤처스의 문지원·호창성 대표, 퓨처플레이의 류중희 대표와 한재선 CTO, 최근 일본 글로벌브레인의 한국 대표로 지명된 노정석 파이브락스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우버 불법 논란
개인의 자가용 승용차를 공유하는 스타트업 ‘우버’가 서울에도 상륙했다. 그리고 역시나 불법 논란에 휘말렸다. 국토교통부는 우버의 서비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라고 규정했고 서울시는 실제로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검찰은 우버 CEO와 국내 법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우버 측은 “한국이 법 체계를 존중하며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우버 서비스는 합법일 뿐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환영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자 및 기업,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
국내 스타트업에는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해외의 기업 및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포메이션8, 알토스벤처스 등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이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였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자본도 국내 스타트업에 통 큰 투자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포메이션8은 최근 옐로모바일에 1000억원을 투자해 주목을 받았고, 알토스벤처는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6천만 달러의 펀드를 조성했다고 전해졌다. 텐센트는 넷마블을 비롯해 국내 게임업계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알리바바 역시 국내 게임업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광고회사 탭조이는 국내 스타트업 파이브락스를 직접 인수하기도 했다.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이 기사에서 계속 ‘국내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사실 이 표현은 적절치 않을 수도 있다. 최근 스타트업은 한국 시장이 아닌 애초에 글로벌 시장에서 탄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간관리 앱을 개발하는 ‘눔’은 뉴욕 본사와 한국, 일본, 독일 등 10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미미박스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를 탄생시킨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일원이 됐다. 관심사 공유 SNS ‘빙글’의 경우 연구개발센터는 한국에 있지만, 본사가 미국에 있다.
◆창업자를 위한 공간도 인기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곳이 ‘D.CAMP(이하 디캠프)’. 전국은행연합회가 설립한 디캠프가 인기를 끌면서 유사한 지원 센터들이 늘어났다. 서울 선릉역 근처에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생겼고, 역삼동에 마루180, 광화문에 드림엔터가 설립됐다. 내년에는 구글 캠퍼스도 생길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IPO 열풍
지난 해 말 애니팡의 선데이토즈가 상장, 성공하면서 올해 모바일게임 업체들의 상장에 관심이 쏠렸다. ‘쿠키런’을 성공시킨 데브시스터즈에 이어 ‘아이러브커피’로 유명한 파티게임즈도 올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들 업체는 시장 변화에 기만하게 대처해 일찍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형 업체가 자본력으로 밀고 들어오기 전 시장 안착에 성공한 것이다.
내년 상장이 유력한 모바일게임 업체로는 네시삼십삼분(4:33)이 첫손에 꼽힌다. 이 업체는 ‘블레이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후속작 ‘영웅’까지 성공시켰다. 내년 상장에 대한 업계 기대감도 크다. 블레이드 개발사 액션스퀘어와 넷마블의 개발자회사들도 상장이 유력한 업체들이다.
◆스타트업을 달군 트렌드…O2O, 핀테크, IoT
지난해까지 스타트업 창업의 주요 화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면, 올해 스타트업 업계의 3대 기술적 화두는 O2O(Offline to Online, 핀테크(FinTech),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정리된다.
배달의 민족과 같은 기존의 서비스뿐 아니라 카닥, 푸드플라이, 스트라입스 등 단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과 연계된 서비스가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위치정보를 알 수 있는 비콘 등의 기술이 결합되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O2O 스타트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핀테크 역시 뜨거운 주제다.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핀테크 시장을 노린고 등장한 스타트업이다. IoT도 마찬가지다. IoT 플랫폼, IoT기기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다음-카카오 합병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지난 10월 합병했다. 사실 두 회사 모두 이제는 스타트업 수준을 넘어선 기업들이지만, 인터넷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출신인 다음과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출신인 카카오가 합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직 두 회사의 합병은 확실한 시너지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합병이후 서비스 외적인 요소로 흔들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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