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아리스타 상대 지적재산 침해 소송…아리스타도 본격 대응 시작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시스코시스템즈가 데이터센터 스위치 경쟁사인 아리스타네트웍스를 상대로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리스타가 자사의 12개의 제품 기능에서 시스코가 가진 14개 특허를 침해하고 저작권을 도용했다며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최근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아리스타네트웍스는 올해 설립 10주년 맞은 네트워크 스위치 업체로, 두드러지게 성장하면서 지난 6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제이슈리 울랄 CEO를 비롯해 임원 대부분이 시스코 출신이다.
시스코가 소송을 제기한 이틀 뒤인 7일(현지시간), 아리스타도 본격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입장차가 있어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현재 이들 업체간 소송은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최소 몇 달은 소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스코 법무담당(General Counsel) 마크 챈들러는 지난 5일(현지시간)에 회사 블로그를 통해 “심각한 숙고를 거쳐 시스코 제품 관련 주요 발명에 대해 아리스타의 반복적인 복제를 멈추기 위해 오늘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소송은 시스코 고유의 핵심 특허 기능과 저작물에 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아리스타는 업계 표준이 아닌 시스코 지적재산권임을 알고도 도용해 제품 기능에 통합했다. 시스코가 지목한 아리스타의 14개 미국특허 침해요소는 모두 현재 시스코가 고객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제품들에서 제공되는 기능이다. 이같은 특허를 발명자로 이름 올리거나 엔지니어를 감독했던 인물들이 모두 시스코에서 근무했던 아리스타 임직원으로, 아리스타가 의도적으로 기능을 통합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특허는 시스템데이터베이스(SysDB), 제로터치프로비저닝(ZTP), 온보드오류로깅(OBFL), 컨트롤플레인폴리싱(CoPP), 스패닝트리루프가드, 인서비스시스템업그레이드(ISSU), 버추얼포트채널(vPC), 액세스컨트롤리스트임프루브먼트(ACL), 프라이빗버추얼로컬에어리어네트워크(Priviate VLANs), 제네릭커맨드인터페이스, CLI 커맨드데이터트랜스레이션이다.
또한 시스코는 아리스타가 의도적으로 저작물을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아리스타의 설명서에는 시스코의 사용자 매뉴얼 전체섹션, 심지어 문법오류까지 포함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더욱이 시스코 IOS의 명령줄(커맨드라인) 표현을 아리스타 EOS에 동일하게 구현했다는 것이다.
단순한 한단어로 표현된 커맨드가 아니라 ‘aaa group server radius’, ‘dot1x max-reauth-req’, ‘clear ip igmp group’처럼 500개 넘는 여러 단어를 조합해 이뤄진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의 거의 절반 이상이 동일하다는 주장이다.
챈들러는 다른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아리스타는 500여개의 시스코 여러 단어 커맨드 표현을 복제했지만 HP, 브로케이드, 알카텔루슨트, 주니퍼네트웍스, 익스트림의 네트워킹 제품에서 겹치는 CLI 커맨드는 적다. 주니퍼 주노스(Junos)의 경우 중첩되는 커맨드가 30가지를 넘지 않는다. 이들 경쟁자들은 고객의 가치와 상호운영성을 창출하기 위해 도용하기 보다는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아리스타가 사용한 시스코 특허와 저작권은 업계 표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기능은 경쟁사보다 더 적은비용으로 더 빠르고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 시장에 아키텍처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들 기능의 구현은 우리가 고객을 위한 가치를 더해 우리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제이슈리 울랄 아리스타 CEO는 시스코의 이같은 소송 제기에 “시스코의 전술에 실망했다. 내가 알던 시스코가 아니다”고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아리스타의 이사회 일원인 댄 셰인만 BOD는 회사 블로그에 ‘소송은 시장을 성장시키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포스팅했다.
그는 시스코의 주장과는 달리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는 수십년간 스위치를 구성하는 업계 표준 방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우선 아리스타 EOS는 차세대 클라우드 네트워크 운영시스템으로 자사가 선구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소송은 혁신에 성공해 시장에서 떠오르는 경쟁자를 짓누르기 위한 방법으로 이전부터 대형기업들이 써오던 수법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셰인만은 “시스코의 소송은 1990년대 루슨트, IBM, 노텔이 제기했던 소송과 비슷하다. 기존 업체들이 법률체계를 활용해 시장에서 혁신하고 성공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경쟁사를 시장에서 밀어내거나 천천히 움직이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트워킹 산업은 박스에서 클라우드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로 가치를 전환해 활성화되는 시점에 있다. 아리스타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그래서 시스코는 소프트웨어에서 혁신의 부족함을 커버하기 위해 이전 업체들이 했던 것처럼 법률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라며 “바로 1990년대에 시스코가 다른 업체들에게 도전받던 사례와 같다. 기존 업체들은 혁신을 늦추기 위해 소송을 활용했다”고 풀이했다.
셰인만은 당시 시스코 법무담당으로 근무해 경쟁사가 제기한 소송관련 업무를 맡은 인물이다. 그는 당시 존 챔버스 CEO가 경쟁사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몇몇 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에서 경쟁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던 발언까지 동원했다.
그는 “새로운 경쟁은 1998년에 작동하지 않았고 2014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규정하면서 “이 소송에 들어가는 수백만달러의 비용은 혁신하고 고객을 지원하는데 사용할 수 있고 푸드뱅크에 기부할 수도 있다. 이 소송은 혁신이나 고객, 나아가 세상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지난 6년간 아리스타는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를 갖춘 제품을 출시해왔다. 그런데 시스코는 아리스타와 어떠한 협의나 두드러진 움직임이 없다가 왜 지금 소송을 하는지 묻고 싶다”고 제기했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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