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숙성된 와인처럼’…밀레의 한국 생활가전 공략의 기본
- 소비자 인지도 50% 넘어야 의미 있어, 아직 멀었다
- 내년 신형 드럼세탁기 들여올 계획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삼성전자, 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수장이 매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 참석하면 반드시 살펴보는 기업이 있다. 바로 ‘밀레’다. 올해도 예외가 없어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과 LG전자 조성진 사장은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밀레 부스를 찾았다. 새삼스럽지만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밀레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활가전 그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 원동기, 그러니까 모터가 달리기 이전에 세탁기라는 제품을 판매했고 코스에 따라 자동으로 세탁이 진행되는 전자동 세탁기도 밀레가 처음 세상에 내놨다. 네트워크를 통해 제품과 제품을 연계할 수 있는 스마트홈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역사가 오래되고 세계 최초 수식어가 넘친다고 해도 제품이 시원찮으면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밀레의 고집스런 모습은 지켜볼 가치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밀레는 특유의 철학을 철저하게 고수하고 있다. 밀레코리아 안규문 사장<사진>이 늘 주장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안 사장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소비자에게 밀레 브랜드를 널리 알리지 못했다. 조사를 해보니 소비자 인지도가 29%이었는데 50%는 넘어야 보급형 등 제품을 더 많이 출시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밀레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외산 브랜드와 동급 대우를 받고 있다. 안 사장도 이 부분이 불만이다. 독일은 물론 유럽에서 분명히 밀레보다 저렴하게 팔리고 있는데 국내에 들어오면 비슷한 가격이 책정되니 소비자 인식에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보급형 라인업도 당분간 들여올 계획이 없다. 이는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다.
안 사장은 “기본이 충실하지 못한데 어떻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겠나. 밀레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밀레코리아는 아직 9년 밖에 안 됐고 너무 급할 필요가 없다”며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제품에 어떤 기능이 제공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밀레코리아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은 진공청소기다. 프리미엄 생활가전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도입기 이전만 하더라도 가격대가 높다고 느껴졌지만 30만원 이상 진공청소기 출시가 봇물을 이루면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내년에는 2단계 액체세제 자동투입시스템인 ‘트윈도스’와 캡슐세제 투입 장치인 ‘캡슐도스’를 장착한 허니컴 드럼세탁기도 들여온다. 가전 기업이 세제까지 잘 만들기는 어렵다. 밀레는 이 부분까지 과감한 투자를 했다. 가전 분야에 있어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탄탄하다는 의미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은 정책도 빌트인에 전문화된 밀레에게 유리한 상황도 예상된다. 하지만 안 사장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기업거래(B2B)가 절실했던 2012년에는 바랬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2013년 B2B 매출은 아예 없었고 2014년도 마찬가지다. 개인거래(B2C)에 역점을 둘 계획이고 B2B는 잘 되면 보너스다”라고 덧붙였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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