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네이버 데뷰 2014의 아쉬움…더 이기적인 행사로 바뀌길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국내 최대 개발자 축제로 자리잡은 네이버의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2014가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도 2600여명의 개발자가 참가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 최신 기술 트렌드와 유명 기업의 사례 등 평소 접하기 힘든 강연 56개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데뷰 2014는 개발자들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행사다.
그런데 행사가 끝난 후 진한 아쉬움도 남는다. 왜일까?
일반적으로 글로벌 IT기업의 개발자 컨퍼런스는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애플의 세계개발자대회(WWDC), 구글의 I/O,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가 대표적이다. 주로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기조연설을 맡고, 가장 중요한 제품도 개발자 행사를 통해 발표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故) 스티브잡스 애플 CEO의 멋진 프레젠테이션은 상당수가 WWDC에서 진행된 것들이다.
이 기업들이 개발자 행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개발자들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개발자들을 우군으로 확보해서 개발자 생태계를 확보해야 글로벌 IT 시장이라는 살벌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이들은 더 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생태계에 들어오도록 온갖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즉, 이들에게 개발자 행사는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네이버의 데뷰 2014는 애플의 WWDC나 구글의 I/O, 마이크로소프트의 빌드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데뷰 2014’의 주최자가 네이버라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행사는 네이버 랩스라는 네이버 내의 연구개발 조직이 주최한다.
네이버 랩스가 개발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다양한 강연을 펼치는 이유는 ‘기술의 공유’다. 데뷰 2014 홈페이지에는 “지식을 나누고, 탁월함을 추구하며, 함께 성장하는 컨퍼런스” “한 해 업계 최고의 기술 콘텐츠를 공유해, 대한민국 개발자들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순수하게 기술적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데뷰 행사에는 글로벌 IT기업들의 개발자 행사와 달리 비즈니스 관점이 결여돼 있다. 네이버 측은 데뷰 행사를 사회공헌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듯 보인다. 애플이 스티브잡스를 내세운 것과 달리 이해진 의장이나 김상헌 대표를 데뷰 행사에서 만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선의(善意)’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기술 공유라는 선의로 진행되는 행사는 네이버의 비즈니스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언제든 멈춰질 수도 있다.
네이버는 더 이상 단순 포털 서비스 업체가 아니다. 이미 플랫폼 사업을 펼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위해서는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개발자 행사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중요한 도구 중 하나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체크아웃을 더 개발자들이 사용하도록 해야 하고, 밴드나 라인에도 더 좋은 앱(게임)이 필요하다. 네이버 앱스토어에는 아직도 앱이 부족하며 네이버가 공개한 오픈API들을 개발자들이 이용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상생 생태계는 네이버의 선의가 아니라 비즈니스 활동으로 구축돼야 지속가능하다. 플랫폼 제공자와 참여자가 공동의 이익을 거둬야 동반성장할 수 있다.
네이버가 개발자 행사를 자사의 플랫폼 확산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네이버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미숙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광고를 통한 플랫폼 확산은 한계가 있다.
네이버는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경쟁을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자 방식의 비즈니스를 진행해야 한다.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적(합리적)인 선택이 모여 국가의 부가 창출된다고 했다. 이를 빗대면 네이버도 스스로를 위한 이기적 개발자 행사를 해야 네이버 플랫폼의 개발자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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