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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네이버의 첫눈 인수합병을 기억해야 할 이유

심재석

2006년 당시 첫눈 장병규 대표(왼쪽)와 NHN 최휘영 대표
2006년 당시 첫눈 장병규 대표(왼쪽)와 NHN 최휘영 대표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6629. 네이버가 검색엔진 업체 첫눈을 인수합병한다는 소식에 국내 인터넷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첫눈은 네이버 독주의 국내 검색 시장에서 새로운 대항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받던 회사였다.

네이버에 대적해주길 바랬던 첫눈이 네이버 품으로 들어간다는 소식에 경쟁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구글이 첫눈에 인수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돌던 때였다.

350억원이라는 인수금액도 당시로서는 업계가 깜짝 놀랄 만큼 큰 액수였다. 검색기술 관련 고수들이 집결해 있다는 첫눈이었지만, 아직 정식 서비스조차 시작하지 않은 신생회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인수합병의 사유에 대해 해외시장 진출이라고 밝혔는데, 미래에 위협이 될 경쟁사를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팽배했다.

글로벌, 글로벌, 글로벌’=네이버와 첫눈의 결합은 2006년 인터넷 업계의 단연 핫이슈로 등극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둘의 결합이 낳을 시너지, 인수 배경 등에 다양한 분석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서로 힘을 합쳐 일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위한 결합임을 거듭 강조했다. 첫눈 역시 단순히 두 회사의 이슈가 아니라 닷컴 서비스의 해외진출이라는 큰 흐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는 도전이라고 밝히며 M&A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네이버의 첫눈 인수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인수합병 발표 후 2년이 지난 2008. 네이버 검색센터장을 맡고 있던 신중호 현() 라인플러스 대표는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함께 일본으로 향했다. 네이버 검색센터장을 맡아 네이버 검색 기술과 첫눈의 기술을 통합해왔던 그는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일본시장을 선택하고 아예 자리를 일본으로 옮긴 것이다. 네이버 한 관계자는 네이버의 핵심인 검색의 중추를 맡았던 인물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네이버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해진 의장과 신중호 대표의 일본 생활 1년 만에 네이버 재팬이 드디어 오픈됐다. 국내에는 일본판 지식iN으로 소개된 네이버 마토메를 핵심서비스로 일본 공략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네이버 성공의 발판이 지식iN이었다는 점을 착안해 일본에서 마토메를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었다. 네이버 마토메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용자들이 뉴스, 블로그, 동영상 등 관련된 정보들을 함께 쌓아나가는 집단지성 서비스로, 일본에서도 큐레이션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네이버 재팬은 네이버 마토메를 제외하고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야후 재팬이 장악한 일본 시장에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기회 모바일’=어려움 속에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던 가운데,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며 네이버의 글로벌 공략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세계 인터넷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20116, 네이버는 라인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일본에서 출시했다. 일본 검색시장 장악을 위해 뛰어든 첫눈의 인력이 모바일 시대를 맞아 방향을 바꾼 것이다. 오랫동안 일본 시장을 두들기면서 배운 교훈들을 잊지 않고 라인 서비스 운영에 반영했다.

그 결과 라인은 출시이후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일본 외의 국가에서도 급성장세를 기록하며 현재 전 세계 46천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3대 메신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라인의 성공은 한국 인터넷 기업 최초의 해외성공 사례이다. 단순히 네이버의 성공일 뿐 아니라, 다른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한국 인터넷 기업도 해외시장 공략이 가능하다는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일깨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라인의 기원은 첫눈’=라인의 성공은 8년 전 첫눈의 인수로부터 시작됐다. 다음의 미국 라이코스 인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엠파스 인수 등 국내 인터넷 업계에서는 주목을 받은 수많은 M&A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했다.

반면 네이버의 첫눈 인수는 국내 인터넷 기업의 해외진출 첫 성공사례를 낳으며 국내 인터넷사()에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적어 넣으며 가장 성공적인 M&A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와 첫눈이 인수발표를 한 6월 29일은 인터넷 업계의 기념일로 기억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 인수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나가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인수합병이었다. 물론 처음의 계획처럼 검색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일본시장을 두들기면서 얻은 교훈과 변화의 흐름에 잘 올라탄 우연이 맞물려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 해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첫눈을 인수하면서 한국시장에서 다툴 것이 아니라 해외 나가서 승부하자고 생각했는데, 라인의 성공을 보니 드라마틱한 느낌이라면서 후배 벤처인들이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첫눈 창업자였던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지난 해 3기 펀드 발표회에서 첫눈의 꿈은 실패했고, 네이버의 첫 꿈도 실패했지만, 라인의 성공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의 인적자본이 쌓이고 있다면서 첫눈과 NHN(네이버)M&A가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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