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넥슨의 ‘통렬한 자기비판’이 반가운 이유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27일 넥슨 경영진이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개최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기조강연에 나섰다. 강연 제목은 ‘게임사 최고경영자(CEO) 역할’이지만 내용은 ‘게임사 CEO의 고민’으로 채워졌다.
이날 강연에선 경영진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자폭’이라 할 만큼 비판의 강도가 센 발언도 있었다. 이 같은 대화의 분위기는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주도했다.
먼저 김 대표는 지난 2000년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간판 게임을 출시했던 당시를 ‘넥슨의 황금기’라고 칭한 뒤 지난 10여년간 넥슨이 내세울 만한 신규 타이틀이 전무했던 점을 꼬집었다.
또 김 대표는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 하나”라는 외부 시각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는 “외부에서 돈슨이다 투자회사다 말을 하는 것을 잘 안다”며 말문을 열기도 했다. 여기에서 돈슨은 주로 게이머들이 넥슨을 지칭할 때 쓰는 말로 ‘돈 밝히는 넥슨’의 줄임말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자기비판(?)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바일게임 사업에 대해 “모바일은 넥슨이 규모나 사이즈에 비해서 참 못해왔다”며 쓴 소리도 더했다.
또 강연 도중 마이크를 잡았던 정상원 넥슨코리아 개발총괄부사장은 “던파(던전앤파이터)는 넥슨에게 행운이자 불운이었다”며 여타 게임사들도 곱씹을 만한 말을 했다.
정 부사장은 “2003, 2004년에 게임을 냈을 땐 어떻게 돈을 벌지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아이디어 위주로 게임을 냈다”며 “던파로 너무 돈을 많이 벌다보니 잘 될거 같은 게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고 외형적 성장에 몰두하기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사실 정 부사장의 발언은 넥슨을 포함한 모든 게임사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지금처럼 게임산업이 고도화되고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아이디어 위주의 게임’을 계속해서 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하지만 ‘초심’을 간직했던 당시를 되돌아보자는 메시지는 여타 게임사들이 분명 공유할 만하다.
이처럼 NDC 강연은 넥슨 경영진들의 위기의식이 잘 드러났던 자리였다.
넥슨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바 있다. 김정주 대표는 강연에서 “지난 10년간 마이너스 성장이 없었고 작년에도 7% 성장했다”면서도 “실제로 보면 그렇게 (상황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과 우려를 동시에 내비친 발언이었다.
지난 몇 년 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에선 자국 온라인게임에 국산 게임이 점차 밀리고 또 안방이라 할 수 있는 국내는 외산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는 등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지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넥슨이 통렬한 자기비판의 메시지를 던졌다. 게임업계 맏형이기에 이 같은 넥슨의 자기비판은 대단히 반갑게 느껴진다. 맏형이 먼저 길을 터놓으면 여타 게임사들이 그 뒤를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한데 모여 창의적 게임 개발과 초심 유지를 강조한 만큼 향후 넥슨의 행보가 기대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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