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번에 웃고 우는 이통사…차별규제 전락한 영업정지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결국은 또 순번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매도 처음에 맞는게 낫다고 했던가? 나중에 영업할수록 선택할 카드는 많았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지난 3월 13일 시작됐던 이동통신 3사의 영업정지가 마무리됐다.
이동통신 3사 공히 같은 수준으로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맞았지만 결과는 천양지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징계의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초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3사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영업정지 기간 중 시장 혼탁은 평상시보다 더 했다. 당시, 영업정지에 따른 희비는 순번에 따라 엇갈렸다. 마지막에 영업정지를 받은 KT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처음 영업하는 사업자는 아무래도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사고쳐서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는데,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규제당국의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의 긴장감은 사라진다. 뒤에 영업을 하는 사업자는 다양한 작전을 세우기가 용이하다. 경쟁사보다 더 좋은 혜택, 조금 더 많은 보조금만으로도 가입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이번에는 1개 사업자 영업, 2개 사업자 영업정지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1개 사업자만 영업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티가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뒷 순번으로 갈수록 영업정지가 징계가 아닌 특혜가 됐다. 처음에 단독영업을 한 SK텔레콤은 정부 눈치보느라 조용히 지냈다. 두 번째 영업에 나선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가입자를 상당히 끌어모았다. 마지막 영업에 나선 KT는 지금까지 잃었던 점유율을 한 번에 되찾을 기세로 총공세에 나섰다.
SK텔레콤은 하루 평균 6200여명, LG유플러스는 8500명 가량을 유치했다. KT는 이번 영업정지 기간 중 하루 평균 1만명이 넘는 경쟁사 고객을 데리고 왔다. 결국 이번 사상 최대 장기 영업정지의 최종 승자는 KT로 귀결됐다. 중간에 단독영업을 한 LG유플러스는 말 그대로 중간, 맨 처음 영업을 한 SK텔레콤은 이번 영업정지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
이동통신 시장은 조금만 더 좋은 혜택을 제공해도 가입자들은 양떼마냥 무리지어 이동하기 마련이다. 보조금 1만원을 더 쓰고 덜 쓰는 것만으로도 가입자 유치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통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마지막에 영업하는 통신사가 조건제시에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업정지 효과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영업정지가 이통사 수익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증권사들의 분석이 나오는 마당에, 영업정지 기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 단독 영업을 한 SK텔레콤은 자신들의 얌전했던 태도에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빼앗긴 만큼 다시 찾아와야 하는 이통사들의 생리상, 영업정지는 오히려 시장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우려해 이통사 임원들을 불러, 자제를 촉구하고 과열경쟁 주도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를 밝혔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이통사 영업정지는 전체 징계 의미보다는 순번에 따라 혜택을 주는 차별규제가 되고 말았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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