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법 바로알기 47] 오라클 vs. 구글 판결의 정리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 오라클(Oracle) vs. 구글(Google) 사건의 핵심 내용은 자바(Java) 언어로 작성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에 대한 저작물성 인정 여부이다. 1심에서는 구글의 승리로 끝났지만,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오라클의 손을 들어 줬다.
엄청난 손해배상 액수가 걸린 이 사건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고, 향후 API 저작권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에, 항소심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자바는 1991년 C의 단점을 보완한 객체 지형적 언어로서, 썬마이크로 시스템즈에 의해 개발됐고, 이후 썬마이크로 시스템즈는 2010년 오라클에 팔려서, 이 사건의 원고는 오라클이 된다.
피고 구글은 2005년 안드로이드사를 매수해 2007년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완성했는데, 이 안드로이드에는 자바 기반의 기술이 도입됐다. 같은 해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키트(software development kit)를 개발했고, 여기에 Jave SE로부터 차용된 API가 이용됐는데, 이 API가 문제가 된 것이다.
한편 API란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의미하는데, 입출력, 화면 구성, 네트워크 등의 필수적인 클래스들을 미리 구현해 개발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프로그래밍 블록이라 할 수 있다. 1심 판결문은 이렇게 비유하고 있다. API는 도서관이고, 패키지(package)는 책장이며, 클래스(class)는 책이고, 방법(method)이 책의 장이다.
소송은 2010년 8월 오라클의 소제기로 시작된다. 1심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윌리암 알섭 판사에게 배당됐다. 1심 소송은 저작권, 특허, 손해배상의 3가지로 나누어져 심리가 진행됐다.
특허에 관해 오라클은 static initialization과 data references 기술에 관련된 특허를 주장했는데, 배심원은 구글의 특허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저작권에 관해 오라클은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 9줄의 rangeCheck function, 8개의 디컴파일된 보안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주장했는데, 배심원은 안드로이드의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만 다만 구글의 자바 API 패키지의 이용은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므로 결론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9 줄의 rangeCheck function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으며, 8개의 디컴파일된 보안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는 부정했다.
위 사실을 근거로 결국 1심 배심원은 구글의 손해배상책임마저 부정했다. 오라클의 대패로 소송이 끝난 것이다.
1심 법원의 알섭 판사는 배심원의 결정을 지지했지만, 법리적으로 선언코드(declaring code)는 표현보다는 아이디어성이 있고, 명령어 구조(command structure = structure, sequence, organization)는 시스템이나 동작 방법(method of operation)에 불과하므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항소법원의 판결 참조)
2심은 오라클의 항소 및 구글의 반소로 연방항소법원에서 진행됐는데, 항소심에서의 쟁점은 저작권이었고, 2014년 5월 9일 마침내 판결이 있었다. 항소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1심 법원의 재심사를 명령했기 때문에, 오라클은 일단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항소법원은 9줄의 rangeCheck function, 8개의 디컴파일된 보안 파일에 대한 저작권 침해 부분에 대해은 1심 판결을 유지했지만,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에 대한 저작권 침해 부분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사를 명령했다.
즉 항소법원은 “we conclude that the declaring code and the structure, sequence, and organization of the API packages are entitled to copyright protection.”이라고 판시해, API의 선언코드(declaring code), 구조(structure), 시퀀스(sequence), 조직(organization)에 대한 저작권적 보호를 긍정했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본다.
전제적으로 항소법원은 구글이 7000줄의 선언코드를 복사하고, 오라클이 저작권자인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의 전체적인 구조, 시퀀스, 조직을 복제한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는 사실로 정리했다. 따라서 쟁점은 선언코드나 구조, 시퀀스, 조직이 저작권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됐다.
한편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적 보호는 문언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문언적 요소에까지 확장되는데, 소스코드와 목적코드는 문언적 보호를 받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 시퀀스, 조직은 비문언적 보호의 대상이다. 비문언적 보호란 문언적으로 동일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구조나 짜임새, 호출, 순서 등이 동일하다면 역시 저작권 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7000줄의 선언코드에 관해은 문언적 침해를 주장했고,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에 대해서는 비문언적 침해를 주장했다. 여기서 비문언적 침해가 인정되려면, 37개의 자바 API 패키지가 아이디어 자체가 돼서는 아니 되고, 아이디어에 대한 표현이라 볼 수 있어야 비문언적 침해가 인정된다(아이디어-표현 이분법).
1) 우선 선언적 소스코드(= 선언코드)에 관해 구글은 선언문을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이 유일하기 때문에 아이디어·표현 합체 이론(merger doctrine)에 의해 선언코드는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이란 어떠한 아이디어의 표현방법이 유일하거나 매우 제한돼 있어 아이디어와 표현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다면 표현의 보호는 곧 아이디어의 보호에까지 미치므로, 이 경우 표현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의 이런 주장에 대해 오라클은 1심 법원이 합체 이론을 오해하고 있고, 짧은 구문의 저작물성에 대해 오류를 범했다고 반박했다.
오라클의 주장은 항소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즉 항소법원은 구글이 선언코드를 표현할 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거나 유일하다고 볼 수 없으며, 개발자는 얼마든지 자바의 선언코드가 아닌 다른 선언코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항소법원은 이름이나 제목, 슬로건과 같은 짧은 구문은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이는 구문이 짧아서 저작물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창작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인데, 1심 법원은 이러한 창작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 컴퓨터 프로그램의 구조, 시퀀스, 조직에 관해, 오라클은 자바 API 패키지는 아이디어가 아니고 표현이기 때문에 동작 방법으로 보기 어려우며, 동일한 기능을 갖는 여타의 방법으로 기술되거나 조직될 수 있기 때문에 저작물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항소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즉, 항소법원은 일단 오라클의 자바 API 패키지는 창작성이 있고 독창적이며, 구글은 동일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반드시 오라클의 자바 API 패키지를 복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구글은 자바 언어와의 호환성(interoperability) 때문에 자바의 클래스 등의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오라클은 호환성 문제는 저작물성 인정 문제가 아니라 공정이용의 문제인데, 이를 개념혼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쟁점 역시 오라클의 주장이 항소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진다. 즉 항소법원은 오라클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더불어 오라클이 기존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PI 패키지를 개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오라클 vs 구글의 소송은 엄청난 손해배상 액수만큼 법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쟁점을 담고 있다. 특히 항소법원의 판결은 1심법원의 판결에 비해 법리적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종 결론이 법리적 관점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기에, 향후 최종적으로 오라클에게 유리할 것인가, 구글에 유리할 것인가는 아직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앞으로 이를 지켜보는 재미도 적지 않을 것이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www.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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