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경영’ 혁신 수위는?… 긴장 감도는 삼성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전혀 예상치 못했다.”
삼성이 지난 30일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사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하자 그룹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앞서 이건희 회장이 2주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할 당시 '마하경영'을 실현할 구상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긴 했지만 그룹의 콘트롤타워(미래전략실)부터 정비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그만큼 삼성의 전방위에 걸친 내부 개혁, 즉 ‘마하경영’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개혁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 일각에선 ‘앞으로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도 어느때 보다 고조되고 있다.
◆‘마하경영’… 어떻게? = ‘콘트롤타워부터 정비하는 것은 삼성이 느끼고 있는 상황인식이 그만큼 중대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게 그룹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마하 경영’구현을 위한 세부실천 과제가 무엇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20년전 시행됐던 ‘7.4제’와 같은 수준의 파격을 예상하기도 한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은 질경영을 위해 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을 지시했다. 이는 신경영의 가장 상징적인 제도로 꼽힌다. 관행화된 업무 프로세스의 틀을 완전히 바꾸라는 의미이며, 틀을 새로 짜야만 결국 그 틀에 맞게 프로세스가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7.4제’, ‘S급 인재 영입’ 등 그동안 삼성이 시도해왔던 수많은 혁신적인 내용들을 뛰어넘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흡족할만큼 제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적지않다. 과거 삼성이 세계 일류를 따라잡기 위해 제시됐던 혁신과 현재 경쟁상대가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의 혁신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마하경영의 구체적인 롤 모델로써 일단은‘삼성전자 중심의 혁신’을 예상하는 견해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도 그룹 안팎에선 언제부터인가‘(롤 모델을)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삼성전자를 보면된다’는 정서가 강하다.
◆‘혁신의 중심은 삼성전자’… 강력한 메시지 = 지난해 12월, 사장단 및 임원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 임원들이 그룹내 계열 CEO로 대거 중용되면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 DNA 전파’가 화두가 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향후 삼성이 추진하는 혁신의 방향성도 대략 예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액 53조6800억원, 영업이익 4조8900억원 등 예상보다 좋은 실적으로 거둬 올해초까지 제기됐던 위기론을 불식시켰다.
이번 미래전략실 팀장급 인사의 특징으로 ‘삼성전자 중심의 현장지원 강화’가 꼽힌다. 순환보직의 외형을 띠지만 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경험을 쌓은 팀장들을 삼성전자에 대거 포진시킴으로써 삼성전자 중심의 혁신을 구체화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이번 인사로 김상균 삼성 준법경영실 사장이 삼성전자 법무팀장을, 이인용 사장이 커뮤니케이션팀장, 정금용 부사장(사장급)이 삼성전자 인사지원팀장을 맡게됐다.
기존 미래전략실은 김종중 사장(전략 1팀장), 부윤경 부사장(전략2팀장), 이수형 부사장(기획팀장), 정현호 부사장(인사지원팀장), 박학규 부사장(경영진단팀장), 이준 전무(커뮤니케이션팀장)로 새롭게 꾸려졌다. 과거 콘트롤타워의 역할보다는 그룹 지원에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삼성전자 위상 강화…‘이재용 시대’안정화 포석 시각도 = 삼성그룹 전체 이익의 70%를 창출하는 삼성전자가 위기상황에서 혁신의 중심에 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이 삼성의 3세 경영승계 과정이 사업재편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란 점을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기존 전무급이 맡아왔던 삼성전자 팀장급 역할을 사장급의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들로 파격적으로 격상시킨 것이 이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또한 이인용 사장을 비롯해 이번에 자리를 옮긴 임원들이 지난 2010년 미래전략실이 꾸려질때부터 지금까지 삼성 최고위층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현장 지원강화 역할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합병 또는 물적분할, 계열사 지분정리를 통한 사업조정 등 삼성그룹의 하드웨어적인 변화는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 결정을 시작으로 삼성에버랜드 일부 사업부문의 물적분할과 양도,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의 합병 발표가 연이어 나왔다.
또한 지난달 23일에는 그동안 삼성전기와 삼성정밀화학, 제일기획 등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해왔던 삼성생명 주식 257만6030주(지분 1.28%)를 시간외 대량 매매를 통해 처분했다. 시장에선 ‘금융지주사법의 개정 등 변수가 남아있지만 금융부문에 대한 삼성 내부의 입장 정리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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