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국산 서버 직접생산 기준?…차라리 더 낮춰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차라리 (서버, 스토리지의) 직접 생산 기준을 더 완화시켜 주십시오. 공장등록증명서나 제조시설면적 제한도 필요 없어요. 사무실에서도 얼마든지 서버 조립 가능합니다. 생산 설비도 작업대랑 드라이버만 있으면 됩니다. 생산근로자도 1명이면 충분하겠네요. 아, 무거운 장비는 혼자서 못 드니 4U 서버 같은 경우는 2명 정도 필요하겠군요. 조건이 간소화되면 저희 같은 중소기업에도 오히려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겠네요.”
15일 오후 4시 50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제2대회의실에선 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중소기업청 주재로 개최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하 중기간 경쟁제품) 직접생산 확인기준 개정 공청회’ 자리에서였다.
이날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은 사전에 마련한 서버(컴퓨터 서버), 스토리지(디스크어레이) 등을 포함한 10여개 신규 지정 예상 제품의 직접생산 기준에 대한 의견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지정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업체에선 “중고등학교 과학 실습실만도 못한 기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신규 지정 예상 제품 관련 공청회는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 30분까지로 예정됐었지만, 서버 및 스토리지 관련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기청은 별도로 시간을 연장해 이견을 받는 자리를 마련했다.
외산 제품을 유통하는 한 업체 관계자가 “아예 직접 생산 기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 이번 중기간 경쟁제품을 신청한 업체들 외에 우리 같은 중소기업들도 제도의 적용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비꼬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날 국산 서버,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제품을 반대하는 업체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직접생산 기준이 터무니 없게 낮다는 것. 서버를 제조하는 외국계 업체의 공정을 한번이라도 봤다면 이러한 기준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앞서 중기청이 제시한 컴퓨터 서버의 직접생산 정의는 “CPU, 하드디스크, 메모리 및 전원공급기, 메인보드, 샤시(베어본 대체가능) 등의 부품을 국내 또는 해외업체로부터 구매, 생산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자체 제조 생산한 제품으로서 제품조립생산, 제품검사, 포장, 출하 등 생산 공정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함”이다.
이에 따르면 공장등록증명서 등이 필요하며 제조시설면적은 105㎡ 이상, 필요한 생산설비로는 작업대와 작업공구, 운반용트레이, 전동드라이버, 검사설비는 신뢰성 검증 설비, 소비전력측정기, 클램프미터, 멀티미터, 적외선온도계, 절연저항측정기. 상시근로자는 생산직 2인 이상 등의 조건이 명시돼 있다.
외산유통업체 관계자 A는 “마치 PC 직접생산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며 “정부기관에서 사용하는 핵심 장비에 수준 이하로 맞춰진 제품을 국산 서버로 허가, 인증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공장에서 무슨 고무신 찍어내는 것도 아니고, 서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단순히 하드웨어 조립 이상으로 OS나 DB 등 핵심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중요하다”며 “리눅스 OS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 B는 “연구개발(R&D)과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도 의아하다. 직접 생산이라고 하면 적어도 보드 정도는 직접 설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갖춰놓아야 하지 않냐”라며 “이 기준만 봐서는 직접 생산이 아닌 조립 경쟁밖에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저런 기준으로 만든 국산 서버를 대한민국 어떤 공공기관이 안심하고 사용할지 의문이다. 이왕 만들거면 기준을 제대로 세워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기청은 몇 개 중소기업을 살린다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을 죽이는 기준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 “지정할지 말지 결정을 한 뒤에 이러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등 무수한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중기청에선 “말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달라”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중기청 관계자는 “무조건적으로 비판만 해선 더 이상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현 상황에선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에서 직접 생산을 인정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기준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무조건 ‘안된다, 나쁘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맞춰서 만든 기준으로, 외국의 대형 서버 업체들의 제조 기준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선 어떤 업체도 할 수 없는 것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 김진택 사무국장는 “이번 직접 생산 기준은 현재 서버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들을 참조해 만든 것”이라며 “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청 측은 조만간 이해당사자간 의견 조정을 위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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