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IBM은 왜 x86 서버 사업을 매각할까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결국 소문이 현실로 드러났다.
23일(현지시간) IBM이 x86 프로세서를 사용 중인 서버 사업 전체를 중국 최대 PC업체인 레노버에 매각했다. 인수규모는 23억 달러로, 매각하는 사업 범위는 예상 외로 크다.
일반적인 x86 서버를 비롯해 블레이드서버, 고집적 컴퓨팅 시스템인 넥스트스케일과 아이데이터플렉스, 블레이드 네트워크 스위치, 여기에 x86 기반으로 한 플렉스 통합시스템도 넘긴다. 이는 기존에 ‘퓨어플렉스’라고 불리지만, 미들웨어 어플라이언스인 ‘퓨어애프리케이션’과 DB어플라이언스인 ‘퓨어데이터’ 등의 제품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퓨어’라는 단어까지 레노버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x86 서버 프로세서가 탑재되는 모든 제품을 넘기는 셈이다. 지난해 5월에도 양사는 이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당시 IBM이 60억 달러의 몸값을 제시하면서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대체 IBM은 왜 x86 서버 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일까.
IBM 스스로도 밝힌대로 하드웨어(HW) 수익성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그리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의 변신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마치 IBM이 지난 2005년 PC사업을 레노버에 넘기면서 서비스 업체로 거듭났던 상황과 흡사하다.
IBM의 HW 매출은 지난 4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x86 서버 역시 마찬가지. 실제 IBM의 HW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15%에 불과하다. 이중 x86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낮다. 여기에 이미 표준화된 x86 서버 제품의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마진 역시 10~20%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특히 일명 화이트박스로 치부되는 시장이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에 의해 점차 커지고 있는 것과 클라우드 서비스 등장으로 인한 서버 수요 감소 등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계 5위 서버 업체’로까지 불리는 구글의 경우, 현재 HP나 IBM으로부터 서버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서버를 디자인, 설계해 발주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자사가 설계한 서버와 랙 시스템을 아예 이를 OCP(오픈컴퓨트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공개해 버렸다. 현재 이는 OCP 솔루션이라는 이름으로 대만 퀀타시스템과 위윈 등의 OEM 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의 등장도 IBM에게 위협으로 여겨졌다. 기업들이 서버를 사는 대신 컴퓨팅 자원을 빌려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IBM은 지난해 ‘소프트레이어’라는 호스팅 및 클라우드 서비스를 인수하며 아예 직접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번 매각 발표 전 IBM이 밝힌 투자 계획이나 금액도 IBM이 향후 가고자 하는 방향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최근 IBM은 인지컴퓨팅을 위한 새로운 ‘왓슨’ 그룹 설립에 10억 달러 이상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역량 확대를 위해 12억 달러를 투자, 전세계 15개국에 15개의 데이터센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스티브 밀스 IBM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 사업부 총괄 수석 부사장도 “x86 서버 사업 매각으로 IBM은 인지 컴퓨팅,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등과 같은 전략적 분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을 시스템과 소프트웨어 혁신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IBM은 혁신과 대변혁에 있어 검증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높이 평가 받는 솔루션들 개발해올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IBM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스토리지, 파워 프로세서 기반의 플렉스 서버, 퓨어애플리케이션과 퓨어데이터 등의 어플라이언스 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레노버를 통해 자사의 스토리지와 병렬파일시스템(GPFS) 소프트웨어, 스마트 클라우드 엔트리 등을 OEM 형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BM으로써는 낮은 수익률로 고민에 빠졌던 IBM과 PC시장 침체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던 레노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IBM로서는 마진이 낮은 제품을 정리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의 역량에 집중할 수 있고, 레노버는 PC플러스(+) 전략 확대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레노버는 이미 IBM의 기술이전 등을 통해 로엔드 서버 일부를 OEM 형태로 판매하고 있었고 지난해 스토리지 업체 EMC와 합작법인(‘레노버EMC’)을 설립해 중소기업과 개인 등을 대상으로 한 스토리지와 서버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규제 요건과 관례적인 계약 완료 조건이 성립되고, 기타 필요한 정부 승인들이 마무리돼야 완료된다. 또한 전세계 7500여명에 달하는 직원 이전과 파트너 체계 변경, 공급망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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