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號의 과제①] 원래KT간 갈등 심각…대통합 시급
KT에게 2013년은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실적부진에 비리의혹으로 이석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쳤다. 이 전 회장의 퇴진으로 위성매각, 아프리카 사업 등 각종 사업이 의심받는 것은 물론, 인사 및 회사 운영 시스템을 둘러싼 고해성사가 쏟아지고 있다.
KT는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씨를 CEO에 내정,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황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임원, 현장 및 사무직원, 노조 등 다양한 KT 조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드러난 문제점을 알아보고 앞으로 KT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정관변경 등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초 KT CEO에 부임한 이석채 회장은 공기업 한국통신 이미지를 매우 못마땅해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올레(olleh) KT. 2009년 무선자회사 KTF를 합병하고 곧바로 CI를 올레KT로 변경했다. 당시 KT는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꿀 태세였다.
Hello를 역순한 olleh로 역발산 경영을 천명했고, 미래가 온다는 뜻인 올來로도 해석했다. 제주도의 올레길처럼 고객과 소통하고 환호성 올레처럼 고객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이 회장은 아예 회사명을 올레KT로 바꾸는 것까지 고려했다고 한다. 한동안 국민들의 일상적인 감탄사가 ‘올레’로 바뀔 만큼 광고 효과도 컸다. 아이폰 단독 도입 등으로 KT는 한국통신 이미지를 벗고 올레KT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레는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도 바뀌었다. 외부에서 온 인사, 나쁜 표현으로는 낙하산으로 의미의 ‘올래’가 됐다. 올래KT가 생기면서 갈래KT도 생겼다. 자연스레 토착민인 원래KT와 올래KT간 갈등이 불거질 수 밖에 없었다.
KT 조직원들은 이석채 회장이 퇴진하면서 올레KT 논란도 정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낙하산 후폭풍이 상당했던 만큼, 외부 영입인사에 대한 옥석가리기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KT 조직원들은 원래KT간 갈등봉합이 더 시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KT간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 KT 직원들의 설명이다.
KT의 한 직원은 “어느 때나 지역, 학벌 등에 따라 더 중용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비슷비슷한 평가를 받을 경우 적용되곤 했다. 하지만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는 그 강도가 너무 심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올레KT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황 후보자가 대변해야 할 조직통합은 올레KT와 원래KT간 통합이 아니라 원래KT간 통합이다. 대탕평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KT 직원 역시 황 후보자에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영업팀의 중간관리자인 이 직원은 “과거 이석채 전 회장의 이너서클(inner circle) 밖에 있던 사람들은 고과, 승진 등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현재 KT는 지역, 상하로 심하게 갈려져 있다. 옛 일은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현재 부산 출신들이 환호하고 있다고 한다. 황 내정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내정자는 부산 태생으로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또한 새로운 올레KT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에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민영화 10년 이상에도 불구, 여전히 공기업 취급을 받는 KT의 경우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KT 관계자는 “부회장 인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특히, 우리 KT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인사들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시작이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황 내정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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