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2일 오후 2시 서초사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석채 대표의 사임을 수용하는 한편, 비상경영체제,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위한 CEO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이석채 대표의 사표를 수리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이 대표 직무 대행은 표현명 텔레콤&컨버전스(T&C) 부문장(사장)이 맡았다.
이석채 회장의 사임으로 KT는 새 CEO 선임을 위한 숨가쁜 레이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KT 이사회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후임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KT가 하루빨리 정상궤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이사회는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 7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후임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CEO추천위 활동을 하게 되는 사외이사 7인이 이석채 전 회장 또는 이명박 정부와 관련있는 인사로 분류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KT 새노조, 자회사 노조, 시민단체 등은 투명한 CEO 선임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새 CEO 선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통신전문가가 KT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석채 회장 사퇴…차기 CEO 레이스 스타트=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석채 회장은 \"KT 임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을 인생의 축복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퇴임소감을 밝혔다.
이 회장의 사표가 수리됨에 따라 KT 이사회는 새 회장 선임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석채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의혹, 배임 등의 혐의 등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새 CEO를 선임하는 것이 불안한 조직을 추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사퇴로 수면 아래 있던 여러 후보들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다양하다. 전직 공무원 부터 전 삼성전자 임원, 정치인, KT 내부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의 복심이 작용하거나 CEO추천위의 판단 여부에 따라 전혀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CEO 자격은?…통신전문가 OK·낙하산 안돼=이사회가 시작되던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KT 새노조 및 자회사 노조, 시민단체들이 모여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석채 회장의 사퇴는 당연하지만 친박 낙하산 인사가 새 회장으로 와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이사회가 이석채 회장을 견제하지 못하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며 \"이들에게 새 CEO 선임절차를 맡겨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추천과 공모절차를 통해 CEO를 선출해야 하며 그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관에 외부 인사가 CEO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만큼, 이사회가 운영의 묘를 살려 노조,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이사회는 정치 낙하산, 청와대 낙하산의 거수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뜻, 노동자, 소비자, 통신사 등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숙고해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한다\"며 \"이사회에 면담 요청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새 CEO 선출 \'새옹지마\'냐 \'설상가상\'이냐=KT그룹 내부에서는 새 CEO 선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반, 우려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남중수 전 대표 퇴진때와 달리 이석채 회장의 경우 낙하산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국민기업 KT가 낙하산 집합소라는 이미지로 전락한 만큼, 새 CEO로 누가 오느냐에 따라 KT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 엎친데 덮친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KT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낙하산, 배임, 비리로 굳어진 이미지는 물론, 경영실적도 좋지 않다. 조직원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을 친 상황이다.
김현정 BC카드 노조위원장은 \"본부는 물론, 자회사에도 업무와 상관 없는 사람들이 낙하산으로 오면서 직원들 사기가 엄청 떨어져 있다\"며 \"KT를 사유화 시키고 개인기업처럼 마구잡이로 운영하다보니 조직원들의 충성심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낙하산은 혼자 오지 않고 여럿이 오기 때문에 한통속이 돼 감시, 견제를 할 수 없어 불법, 비리가 발생한다\"며 낙하산 배제가 KT 정상화의 첫걸음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