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으로 재편된 냉장고 시장…수익성 확보는 ‘물음표’
- 수량은 역성장, 금액은 914억원 늘어나는데 그쳐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작년 여름 삼성전자가 900리터급 프리미엄 냉장고 ‘지펠 T9000’을 출시한 이후 국내 냉장고 시장은 전반적인 질적 성장을 이뤘다. LG전자는 ‘디오스 V9100’, 위니아만도는 ‘프라우드’로 각각 맞불을 놓으면서 시중에서 300만원대 이상 냉장고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각 업체에서 주장하는 프리미엄 냉장고 판매량과 비교해 전반적인 시장 성장이 더디게 나타나고 있어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냉장고가 월 1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각종 이벤트로 출고가격과 실제 판매가격과의 차이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2011년~2012년 냉장고 시장은 전체 수량으로 살펴보면 작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800리터 이상 제품의 비중이 커졌다. ‘상(上)냉장·하(下)냉동’ 구조를 갖춘 프렌치도어 제품이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기존 제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에도 불구하고 5.9%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20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국내 냉장고 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수량으로는 –3.4%, 금액은 7.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량이 줄어든 대신 프리미엄 냉장고의 성장으로 금액이 늘어났으나 2012년과 비교했을 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2012년 국내 냉장고 시장은 수량 –0.1%, 금액 8.1% 성장을 각각 기록한바 있다.
이는 각 업체가 프리미엄 냉장고에 상당한 여력을 쏟았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 온도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2012년 전체 냉장고 판매량은 99만3000대에 금액은 1조1578억원이었고 2013년의 경우 판매량 95만9000대, 금액 1조2492억원을 나타냈다.
판매량이 소폭 줄어든 것은 그만큼 프리미엄 냉장고 구입이 이뤄졌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다만 줄어든 수량에 비해 금액은 불과 91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프리미엄 냉장고로 분류할 수 있는 냉장고(200만원대 중반 이상, 800리터급 이상)와 기존 주력 모델과의 가격 차이를 고려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다.
그래서인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업체는 800리터급 가운데서도 200만원 이하 모델을 대거 투입했다. 150~200만원 사이 제품이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리미엄 냉장고라고 하더라도 300만원이 되지 않는 200~250만원대가 주력이라고 봐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T9000이나 V9100 가운데서도 저가 모델은 200~25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며 “재질도 메탈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꾸거나 내부 기능을 일부 제거하는 등 원가절감이 적지 않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내년 냉장고 시장은 현재 잘 판매되고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프리미엄 트렌드를 유지하느냐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히 용량을 키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키포인트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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