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대화 찾고자 했다”…‘프랭클리’ 메신저의 존재 이유
- 스티브 정 틱톡플래닛 대표 인터뷰…사생활 보호·익명성에 초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대화의 ‘기록’이 아닌 ‘삭제’를 핵심 기능으로 내세운 메신저가 눈길을 끌고 있다. SK플래닛의 미국 현지법인 틱톡플래닛(대표 스티브 정)이 개발·서비스 중인 ‘프랭클리’(chatfrankly.com) 메신저다.
프랭클리 메신저는 지난 9월 24일(미국 현지시각) 글로벌 출시된 이후 한국어 현지화를 거쳐 16일 국내 출시됐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 소셜네트워킹 부문 무료 애플리케이션에서는 14위(16일 기준)에 올랐다.
이 메신저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 후 10초가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내 기기는 물론 서버의 기록도 삭제된다. 서버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아닌 휘발성 메모리 기반이라 복구가 불가능하다. 3인 이상의 그룹 대화라면 상대방을 특정할 수 없다.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아바타가 무작위 선정,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대화창을 캡처하면 상대방에게 경고 알람이 전송된다. 이미 보낸 메시지라도 상대방이 확인 전이라면 취소(Unsend), 삭제가 가능하다.
스티브 정 틱톡플래닛 대표<사진>는 16일 서울 을지로2가 삼화빌딩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항상 얘기하는 방법을 디지털로 만들어보고자 했다”며 프랭클리 메신저를 개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정 대표는 “(페이스북 등에서) 모든 삶을 퍼블릭(공공)에 공개하면서 대화의 핵심과 진지함이 없어진 것 같았다”며 “나의 삶을 만들어서 또 억지로 꾸며서 남한테 보여주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비스명(frankly)은 말 그대로 ‘솔직하게’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록이 남지 않는 일상의 대화처럼 메신저 대화의 80~90% 가량도 굳이 기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봤다. 대화 기록이 그대로 남는 여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는 정반대의 기획을 하게 된 이유다.
정 대표는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Viktor Mayer Schonberger)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가 쓴 ‘삭제: 디지털 시대 속 망각의 미덕’(Delete: The Virtue of Forgetting in the Digital Age)이라는 저서를 인용하면서 개발 취지를 부연했다.
그는 “스토리지 가격이 저렴해지고 접근이 쉬워지면서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기억하는(remember) 것보다 망각(forgetting)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며 “(프랭클리는) 철학적으로 큰 의미에서 시작했고 대단히 중요한 서비스라고 믿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대표는 메시지 삭제 기한을 10초로 둔 이유에 대해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으면서 10초가 제일 부담이 없다고 봤다”면서 “긴 메시지를 보내면 10초 안에 읽기가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지만 처음엔 10초로 잡아놓고 향후 옵션(시간설정)을 하나씩 줄 것”이라고 답했다.
수익 모델에 대한 질문에 정 대표는 “너무 앞선 부분이라 어떤 식으로 할지 테스트 중이다. 아직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전제한 뒤 제한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광고 쿠폰이나 메신저 익명성을 기반으로 식당 등에서 고객이 불만을 얘기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정 대표는 또 메신저의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 연루 우려에 대해 “기술 개발만 하고 사용자가 어떻게 쓰는지 확인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며 “홈페이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우리가 할 수 있는데 까지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유관 기관과도 협조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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