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美어플라이드-日TEL 경영통합… 반도체 장비 ‘공룡’ 탄생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세계 반도체 장비 1위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3위 업체인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이 경영을 통합키로 했다.

두 회사는 포토리소그래피(노광)를 제외한 증착, 식각, 열처리 분야 장비 등을 주력으로 다루는 업체다.

이번 경영통합은 장비 업계에서 AMAT-TEL의 독주 시대가 열릴 것임을 예고한다. 2012년 기준 양사의 매출액 합계는 100억달러 규모로 2위 업체인 네덜란드 ASML(48억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인텔,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등 제조공장을 가진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도 관측된다. 핵심 공정 장비를 다루는 두 업체가 합병함으로써 장비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는 이번 경영통합으로 중복 연구개발(R&D)을 줄여 비용절감을 이루고 궁극적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24일 TEL과 AMAT는 일본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양사가 경영을 통합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양사는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설립, TEL과 AMAT의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지주 회사의 시가 총액은 약 29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지주회사의 회장에는 히가시 데쓰로 TEL 회장 겸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는 AMAT의 게리 디커슨 CEO가 취임한다. 내년까지 경영통합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지주 회사의 지분 할당은 TEL의 주식 1주당=3.25주, AMAT의 주식 1주당=1주로 결정됐다. 결과적으로 네덜란드 지주 회사의 지분율은 AMAT가 68%, TEL이 32%를 갖게 된다. TEL과 AMAT 측은 “지분율 차이가 있지만 어느쪽도 주도권을 쥐지 않은 대등한 경영통합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AMAT가 TEL을 인수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양사 경영통합은 어려운 시황을 뚫기 위한 대응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시설투자 축소로 장비 업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어플라이드-ASML-TEL-램리서치-KLA덴코로 이어지는 상위 5개 장비 업체 가운데 지난해 매출 성장세를 지속한 곳은 노벨러스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운 미국 램리서치가 유일하다. 이번에 경영통합 발표를 한 AMAT는 전년 대비 6.2%, TEL은 17.2%나 매출이 줄었었다.

장비 업계의 시황이 불안한 이유는 고객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신 반도체 공장을 지을 재무적 여력이 있는 업체는 현재 인텔,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장비 업계의 합종연횡은 공장을 가진 종합반도체(IDM)와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방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이번 경영통합으로 2017년까지 약 5억달러의 중복 R&D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가 될 450mm 웨이퍼 대응 장비도 공동으로 개발한다. 특허 경쟁력도 배가될 전망이다. TEL은 1만6000건, AMAT는 1만50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미세공정 전환을 위해 노광 대신 증착과 식각 장비 분야가 뜨고 있다는 점은 양사 경영통합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다. 10나노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성능 개선 지연으로 소자 업체들은 노광 공정을 여러번 진행하는 다 패터닝 공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증착 및 식각 장비 수요는 보다 늘어난다.

양사는 “2017년 통합 회사의 매출액은 182억달러, 영업이익 46억달러, 영업이익률 25%를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양사의 매출액 합계(약 100억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24일(현지시각) 미국 어플라이드의 주가는 9.06% 급등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한주엽 기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